제자 칼럼

도행역시(倒行逆施) <박용태목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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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행역시(倒行逆施)
박용태목사
교수신문에서 해마다 이맘때쯤 올 한해의 사회상을 반영해 주는 사자성어를 선정해서 발표합니다. 2012년 작년의 사회적 상황을 보여 주는 사자성어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온 세상이 다 혼탁하도록 취해 있기 때문에 홀로 깨어 있기 힘들다’는 뜻을 가진 거세개탁(擧世皆濁)이었습니다. 그 전 해 2011년은 엄이도종(掩耳盜鐘)이었습니다. 엄이도종이란 자기 귀를 막고 남의 종을 훔쳐간다는 뜻입니다. 종을 훔쳐 가려고 마음먹은 도둑이 종을 가져가려 했지만 너무 커서 옮길 수가 없었습니다. 망치로 종을 깨트려 가져가려 했지만 망치로 종을 내려 칠 때마다 종소리가 울렸습니다. 그러자 도둑은 종소리를 듣고 다른 사람이 몰려올까 걱정이 되어서 자기 귀를 막은 채 망치로 종을 내려쳤다는 것입니다. 엄이도종(掩耳盜鐘)이란 당시 온 세상의 비난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어리석은 짓을 일삼던 정부를 조롱하는 말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말이 나올까 기대하며 기다렸더니 올해의 사자성어는 도행역시(倒行逆施)라고 합니다. 도행역시는 중국 사기(史記)에 실린 고사성어로, '도리에 어긋나는 줄 알면서도 순리에 거스르는 행동을 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춘추시대 초(楚)나라 장군 오자서가 아버지와 형을 잃어버리고는, 오(吳)나라로 망명해서 오왕 합려의 신하가 되어서 초나라를 공격했습니다. 초나라 수도를 점령한 오자서는 원수를 갚고자 이미 죽은 초나라 평왕의 무덤을 파헤친 뒤 그의 시신에 채찍질을 했습니다. 친구 신포서가 오자서의 행위를 비난하자, 오자서는 "도리에 어긋나는 줄 알지만 부득이하게 순리에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倒行逆施)"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도행역시란 올해 새 정부가 등장했지만 국민의 기대와는 달리, 명백하게 드러난 국가 기관의 불법 행위를 억지로 덮으려고 하는 등, 강압적인 정책을 고집할 뿐만 아니라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후퇴시키면서까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모습을 걱정하고 질책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엄이도종, 거세개탁, 도행역시 등은 모두 정말 무릎을 치며 탄복할만큼 오늘날의 현실을 꼭 집어 보여 주는 정문일침(頂門一鍼)과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정말 답답하고 우울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성경은 이런 현실을 일러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는’(롬 3:23) 타락한 세상이라고 말합니다. ‘육체의 욕심을 따라 지내며 육체와 마음의 원하는 것을 함으로 하나님의 진노를 피할 수 없는’(엡2:3) 상태라는 것입니다. ‘온 세상을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자연만물과 세상의 역사 가운데 분명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롬1:18-20) 상식만 있으면 하나님을 경외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순리를 거슬러 하나님을 부인하며 대적하기 때문에 심판을 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이 모든 더럽고 혼탁한 세상의 배후에는 ‘불순종의 아들들 가운데서 역사하는 더러운 영’(엡2:2)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토록 더러운 세상의 현실은 어떤 도덕적 각성이나 캠페인 같은 것으로는 치유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죄악의 힘이 너무 거대하기 때문에 마치 철이 자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처럼 어둠의 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런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하나님의 아들입니다. 더 큰 힘과 능력을 가지고 죄악과 어둠의 권세로부터 우리를 풀어 해방하시는 분입니다(골1:13-14). 어그러진 모든 것을 바로 잡아 주십니다(눅1:51-53). 내일이 바로 예수님, 세상에 나신 것을 기념하는 성탄절입니다. 답답하고 우울한 세상, 예수님 앞에서 소망과 빛을 발견하는 복을 누리시기 바랍니다.(12월 24일(화) CBS전북방송 크리스천칼럼 방송원고)
 * 박용태목사의 CBS 전북방송 크리스천칼럼 매주 화요일 15:55  FM 103.7 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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