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어떤 능력을 구하고 있습니까? 박용태목사

본문

성경에 피를 먹지 말라는 말씀이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레17:14). 그래서 선지국이나 순대를 먹지 않는 분들이 있습니다. 또 레위기 11장에 정하고 부정한 짐승의 목록이 나오는데, 그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 돼지고기나 고등어, 갈치 같은 것을 먹지 않는 분들도 있습니다. 말씀 그대로 순종하는 열정이야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만 그 말씀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사람이 먹는 음식은 시대적 상황과 문화, 토양과 기후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무엇이든지 밖에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하고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막7:18-20).
우리 민족이 언제부터 순대나 선지를 먹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순대나 선지는 고기를 먹을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의 음식이었습니다. 소나 돼지를 잡아도 고기는 부자들이나 힘 있는 사람들이 먹고, 가난한 사람들은 고기 부산물을 가공해서 먹는 것입니다. 어떻게 순대나 선지밖에 먹을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을 정죄할 수 있겠습니까?
고대근동의 문화적 배경을 염두에 두고 이 말씀을 생각하면, 피를 먹는다는 것은 일종의 주술적인 의미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피를 먹으면서 더 큰 힘과 능력을 얻는 것입니다. 사자의 피를 먹거나 사슴의 피를 마시면서 그 동물이 가진 힘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피를 마셔가면서까지 더 큰 힘을 얻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입니다. 우리에게는 더 큰 힘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의지하는 더 큰 믿음이 필요합니다. 피를 먹지 말라는 말씀 앞에서 단순히 순대나 선지국을 먹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정당화할 것이 아니라 더 큰 힘과 능력을 얻기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오늘날 더 큰 힘은 돈의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돈을 움켜쥐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입니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비참한 사고보다 더 참담한 것은 왜 그 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아직까지도 명백하게 밝히지 못하느냐는 것입니다. 학생들을 구조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 충분한 능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아무도 구조하지 않았느냐는 것입니다.
또 어떤 의미에서 세월호는 단지 그 날의 불행한 사고가 아니라 수십 년간 쌓여온 부정과 부패가 그 날 곪아터진 것입니다. 일본에서 폐기처분한 노후선박을 사 들인 것이나, 또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해 준 것하며, 불법 증개축, 과적, 점검부실, 비정규직 선원, 연안여객산업을 살리기 위해 굳이 수학여행 가는 학생들을 배에 태워 가도록 한 것 등은 모두 돈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세월호에서 희생된 학생들은 돈이라면 무슨 짓이든지 할 수 있는 우리 시대의 희생자들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돈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 자신은 순대나 선지국 먹지 않기 때문에 피를 먹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말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 큰 힘, 더 큰 능력을 움켜쥐려고 수단 방법가리지 않는 세상에서 겸손함과 하나님을 의지할 줄 아는 믿음으로 사는 법을 배워야 하겠습니다.  (4월 19일(화) CBS전북방송 5분메시지 방송원고) 
* 박용태목사의 CBS 전북방송 5분메시지 매주 화요일 21시 29분  FM 103.7 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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