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못난 자식을 둔 부모를 위하여 박용태목사(전주제자교회)

본문

성경에 나오는 가장 못된 사람들 중에 사무엘상에 기록되어 있는 제사장 홉니와 비느하스가 있습니다. 홉니와 비느하스의 아버지 엘리는 제사장이면서 이스라엘의 사사였는데,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죄 때문에 비참하게 죽었습니다. 홉니와 비느하스가 제사장으로 있던 성막에서 자라난 사무엘은 성경에 나오는 가장 위대한 선지자중 한 사람입니다. 그토록 타락하고 무질서했던 성막에서 자라난 사무엘이 어떻게 그렇게 훌륭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었는지는 거의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그보다 더 이상한 일은 흠잡을 데 없는 삶을 살았던 선지자 사무엘의 자녀들, 요엘과 아비야가 전혀 아버지를 닮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사무엘이 늙었을 때 사무엘의 장자 요엘과 둘째 아비야가 브엘세바에서 사사가 되었는데, 그들은 이익을 따라 뇌물을 받고 재판을 제대로 하지 않는 악한 지도자노릇을 해서 백성들의 원성을 사게 되었습니다.
보통 ‘자식을 부모의 거울’이라고 말하지만 곰곰이 따져 보면 항상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자녀의 인격과 성품, 정서에 부모가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과소평가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훌륭한 부모 밑에서 항상 훌륭한 자녀가 나오는 것은 아니고, 못난 부모라고 해서 언제나 못난 자식만 나오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괴팍한 성품을 가진 부모 밑에서도 얼마든지 신실하고 훌륭한 성품을 가진 사람이 나올 수 있습니다. 심지어 부모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더 훌륭하게 되기도 합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위대한 인물 요셉이나 모세, 다윗이나 다니엘 같은 분들은 부모의 품을 떠났을 때 더 귀한 일꾼으로 자라날 수 있었습니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테버너클 교회 짐 삼발라 목사님은 성령충만한 분이지만, 사춘기 딸 때문에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최소한 자식의 상태를 놓고 부모를 함부로 판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우리 아버지 하나님이야말로 못난 자식을 둔 부모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실 분이실 것입니다. 하나님의 자녀라 자처하는 우리 모습을 보세요. 하나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됩니까? 하나님의 자녀라 떠벌리고 다니지만 실상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거나 하나님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 드리기보다는 도리어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때가 얼마나 많습니까? 못난 자식 때문에 가장 큰 고통을 겪는 아버지가 있다면 누가복음 15장에 등장하는 탕자의 아버지입니다. 둘째 아들이 모든 재산을 모아 먼 나라로 가서 허랑방탕하게 살 때 아버지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요? 집에 있던 맏아들도 실상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릴 줄 모르는 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아버지, 두 아들 때문에 고통당하지만, 변함없이 꿋꿋하게 서 있는 그 아버지가 바로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보여주는 모델입니다.
사무엘은 훌륭한 선지자였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을 위한 사무엘의 기도는 다 응답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자녀를 위한 사무엘의 기도가 어떻게 응답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사무엘의 자녀들은 어그러진 삶을 살았습니다. 인생에는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문제, 몸부림치며 기도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고통 중에 눈물 흘리면서라도 흔들리지 말고 하나님을 향한 소망을 품고 견고하게 서야 하겠습니다. (5월 17일(화) CBS전북방송 5분메시지 방송원고) 
* 박용태목사의 CBS 전북방송 5분메시지 매주 화요일 21시 29분  FM 103.7 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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