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우리 안의 아브넬(삼상 26: 13-16) 최병연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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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상에는 이스라엘 최초의 왕 사울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왕으로 선정되고 악령에 시달리며, 새롭게 떠오른 수퍼 스타 다윗에 대한 시기심과 광기, 그리고 끝내 전쟁터에서 스스로 죽음을 택한 사울의 지난한 삶을 생각하면, 그에게 연민의 정마저 느껴집니다.
사울이 더 안타깝게 생각되는 것은 그의 곁에 충성스런 부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요나단에게는 “당신의 마음에 있는 대로 다 행하여 앞서 가소서 내가 당신과 마음을 같이 하여 따르리이다(삼상 14:7)”라면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의 무기든 소년이 있었습니다. 다윗에게는 “자기 생명을 사랑함 같이 그를 사랑했던(삼상 20:17)”요나단이 있었으며, 자신을 잡으려 삼천 명과 함께 온 사울의 진영에 다윗과 “함께 가겠다(삼상 26:6)”고 나섰던 아비새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울 곁에게 당시 군대 총사령관 아브넬이 있었습니다. 아브넬의 행적은 사무엘상과 하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아브넬은 <배신의 아이콘>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자신의 욕망을 위해 배신에 배신을 거듭했습니다.
다윗과 아브넬의 공식적인 대화는 사무엘상 26장(13-16)에 나오는데, 여기에서 다윗은 자신을 추격해 온 사울을 먼저 부르지 않고, 아브넬을 불러 그의 직무 태만을 질책합니다. 이를 통해 다윗은 실질적인 권력자는 사울이 아니라 아브넬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또한 아브넬의 이후 흔적을 볼 때, 그는 겉으로는 사울을 왕으로 섬기면서도 속으로는 사울의 자리를 탐내고 있었음에 분명합니다.
겉은 그럴 듯해도 속은 변변치 못한 경우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양 머리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겉과 속이 다른 모습으로 살아갈 때가 많습니다. 우리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지조와 의리를 쉽게 버리기도 합니다. 그것은 모든 일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우리의 본능이며,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선한 곳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겉과 속이 같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제자 된 삶의 시작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아브넬을 인식하는데서 부터입니다. 우리 안의 아브넬을 경계하며, 하나님과 사람 앞에 항상 양심에 거리낌 없기를 힘쓸 때(행 24:16), 우리 곁에는 요나단과 함께 했던 무기든 소년, 다윗과 함께 했던 요나단이나 아비새와 같은 사람들이 이 땅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넓히는데 함께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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