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효율성과 은혜 박용태목사(전주제자교회)

본문

현대사회는 효율성(效率性, efficiency)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시간이나 노력 등을 최소한도로 투자하면서, 최대한의 결과를 얻어 내는 것을 더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교회 안에도 이런 효율성을 따지는 분위기가 퍼져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하나님 나라의 원리는 효율성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은혜, 사랑, 긍휼과 자비 등은 효율성과는 거리가 먼 것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효율성을 따지자면 하나님은 가장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일하시는 분입니다. 우리를 구원하시려고 하나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을 내어 주신 것을 생각해 보세요. 하나님은 세상에서 가장 보잘 것 없는 영혼들을 구원하시려고 가장 귀한 것을 내어 주셨던 것입니다. 별로 이익 될 것도 없을만한 일에 가장 가치 있는 것을 투자하시는 분이 우리 하나님이십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은혜요 사랑입니다. 이 은혜와 사랑은 본질적으로 값없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사랑할 대상, 은혜를 베풀어야 할 상대의 가치를 따지거나, 은혜를 베풀고 난 뒤에 일어날 일을 계산하면서 주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결과를 계산하면서 은혜를 베푸는 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요 참된 은혜도 아닐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를 감동시키는 이유는 우리의 연약함, 우리의 부족함과 상관없이, 감당할 길이 없을 만큼 귀한 사랑을 그저 한 없이 부어주셨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사랑을 받았다고 해서 우리가 언제나 하나님의 은혜를 충성스럽게 보답하며 사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끝없이 변함없이 우리를 사랑하시는데, 그런 눈먼 사랑이 우리 마음을 감동시키는 것입니다. 요컨대 죄인들 앞에 높이 서 있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야 말로 하나님이 어떻게 효율성과 상관없이 일하시는 분인지를 보여 줍니다. 그런 점에서 은혜와 사랑의 영역, 신앙의 세계에서 효율성을 따진다면 자칫 잘못된 길로 빠져 들어가는 실수가 될 수 있습니다. 
같은 의미에서 너무 효율적으로 신앙생활을 하려고 하면 은혜의 풍성함을 충분히 누릴 수 없을 것입니다. 적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많은 은혜를 누리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날처럼 분주하고 화려한 시대, 가장 내어 드리기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시간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충분한 시간동안 머물러 있을 수 있는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성경은 자주 모여야 한다고 말하지만, 예배와 모임을 소홀히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 예배가 길어지는 것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짧고 핵심만 간단하게 정리해 주는 설교를 좋은 설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성경을 읽고 묵상을 하더라도 오랜 시간동안 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몇 차례 읽고 깊은 감동과 느낌이 오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말씀을 되새김질하는 습관을 가진 분들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나름대로 좋은 신앙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분들까지 오랜 시간, 깊은 묵상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갖지 못한 채로 지내다 보니, 신령한 기쁨을 충만히 누리지 못합니다. 그저 교회 안에서 해야 할 일을 할 뿐이지 즐거움이나 윤택함, 풍성한 은혜의 감격을 누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효율성에 매인 세상에서 효율성을 벗어 버리고 하나님 앞에서 은혜를 구하면서 시간과 정력을 충분히 낭비할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6월 28일(화) CBS전북방송 5분메시지 방송원고) 
* 박용태목사의 CBS 전북방송 5분메시지 매주 화요일 21시 29분  FM 103.7 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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