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사사로운 정을 많이 나누어야 합니다. 박용태목사(전주제자교회)

본문

우리 사회, 공(公)과 사(私)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문제들이 많습니다. 혈연, 지연, 학연 등에 의해 얽혀진 관계 때문에 각종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공과 사를 엄격하게 구별해서 정당하게 일을 처리해야 할 상황에서 중심을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과 사를 지나치게 구별하는 것은 삶의 윤택함을 빼앗아 버릴 수 있습니다. 모든 일을 공적인 관계 속에서만 처리한다면 인간적인 매력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며,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윗이 왕이 되기 전 아둘람 굴에 있을 때 다윗의 동료들과 블레셋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다윗 일행은 산성에 있는데 블레셋 군대가 베들레헴에 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우연히 다윗이 <베들레헴 성문 곁 우물물>을 마셔 보았으면!! 했습니다. 본래 베들레헴은 다윗의 고향입니다. 베들레헴 성문 곁 우물물은 다윗의 어릴 적 추억이 담긴 물이었을 것입니다. 사울의 박해를 피해 도망 다니는 다윗이 고향을 눈앞에 두고 마음대로 갈 수 없어 일종의 향수병증세처럼 <베들레헴 성문 곁 우물물>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문제는 지금 블레셋 군대가 베들레헴이 진을 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비새와 브나야를 비롯한 세명의 용사가 블레셋 군대의 진을 뚫고 달려가서 그 우물물을 길어 왔습니다. 물론 다윗은 그 물을 마실 수 없었습니다. 자칫하면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물 한 모금 때문에 충성스러운 세 용사를 잃을 뻔했기 때문입니다.
 이 때 다윗의 군대가 마실 물이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베들레헴 성문 곁 우물물이나 아둘람 근처의 물이나 다 똑 같은 물일뿐입니다. 다른 사람 같으면 굳이 <베들레헴 성문 곁 우물 물>을 그리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베들레헴 성문 곁 우물 물>이란 그저 다윗 개인의 추억이 담긴 물일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세 명의 용사가 그만큼 다윗에 대하여 충성스러웠다는 것입니다. 다윗을 사랑했습니다. 다윗이 원하는 것이라면 자기 목숨을 바쳐서라도 해 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로 따지자면 전쟁하는 것은 공적인 일이고 물을 마시는 것은 사적인 일입니다. 세 용사는 전쟁이라는 공적인 일을 하는 중에 다윗 개인의 추억과 그리움을 달래 주기 위한 사적인 일을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일이 기념할 만큼,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모든 일을 공적인 관계 속에서만 엄격하게 다루려고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을 정확하게 나누어서 개인의 추억과 감성을 무시하는 것이 별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특히 교회 안에서는 그렇게 하면 안됩니다. 교회는 단순히 공적인 기관이 아니라 인격적인 만남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만져주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다행히 우리는 물 한 모금 베풀기 위해 목숨을 내걸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마음에 품고 있는 그리움이 무엇인지, 무엇에 목말라 하는 지 마음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 주면서 서로를 향한 사랑을 입증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좋은 추억거리를 많이 만드는 공동체가 건강하게 세워질 수 있습니다. 수십 년 지나도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는 사랑과 배려를 통해 만들어지는 법입니다. 교회 안에서는 사사로운 정을 충분히 나누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8월 30일(화) CBS전북방송 5분메시지 방송원고)   
* 박용태목사의 CBS 전북방송 5분메시지 매주 화요일 21시 29분  FM 103.7 MHz
0
로그인 후 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