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오네시모의 일기 - 양선애(청년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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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네시모의 일기 - 빌레몬서 읽기 수련회를 마치고
양선애(청년 2부)
  지금까지의 내 삶은 암흑과도 같았습니다. 모두가 손가락질 하고, 무시하고, 하루 종일 주인의 지시를 받으며 뜨거운 공기 속에 몸을 써야만 하는 삶은 고되기만 했습니다. 가끔씩 주인 심부름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서 거리를 지날 땐, 빽빽하고 화려한 도심 속에서도 하늘을 유유자적 날아가는 새가 되고 싶기도 했고, 어릴 적 주인집 앞마당에서 어머니가 접어주신 종이배가 물 위에 떠갈 때를 떠올리며 종이배가 되어 나도 지중해를 거쳐 나의 조상들이 있었던 나라로 한 없이 떠내려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집에서 키우는 말들과 내 삶이 무엇이 다를까 싶어 말을 붙잡고 서로의 처지가 가슴 아파 눈물 흘리던 날도 있었습니다. 그 때, 문득 이 도시를 떠나 로마로 가면,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곳으로 가면 주인집 식구들이 모여 웃고 이야기 하며 다정하게 서로를 바라보았던 그 행복과 자유가 내게도 주어지지 않을까 작은 희망을 꿈꾸어 보았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어느날 밤 주인 집 식구들이 잠든 틈을 타 뒷문을 향해 내달렸습니다. 앞만 보며 달렸습니다. 낮에는 숨고 밤에는 달리는 생활을 반복하여 한 달 뒤, 드디어 로마에 이르렀습니다. 인생에 처음으로 자유란 것을 누려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이 곳에서 여러 사람들과 뒤엉켜 있으면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갖지 않을 거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두려운 곳이었습니다.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 해결되지 않은 분노와 열등감이 불쑥 튀어나와 술병을 훔치기도 했고, 빵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거리에서 나를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 보는듯한 사람을 보면 싸움도 불사했습니다. 그 중 나를 의심하던 남자 하나가 나를 로마 감옥으로 넘겼습니다.
  세상은 가혹한 곳이었습니다. 어느 순간도 나에게 자비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삶을 포기하며 감옥에서의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어느 날 바울 선생님이 오셔서 내게 예수와 하나님과 예수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시며 내가 값진 존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믿을 수 없었습니다. 나와 예수가 상관있다고요? 살면서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고 상상해 보지 않았던 이야기에 나는 반응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백발이 성성한 노인은 하루도 빠짐없이 나를 찾아왔습니다. 노인의 눈빛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반짝이고 확신에 찬 눈으로 힘주어 전해주는 예수의 이야기는 내 삶을 조금씩 변하게 했습니다. 주인의 가정만을 지키고 돌보시는 줄 알았던 하나님이 나를 지었다고 하셨습니다. 날를 아신다고 하셨습니다. 높으신 지위를 가지셨으나 복음의 일꾼이 되신 바울선생님은 감옥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으셨고 사랑으로 죄수들을 품어주셨습니다. 나를 더 이상 노예가 아니라 아들이라 불러주셨습니다. 조심스럽게 용기를 내어 내 삶의 이야기를 꺼냈을 때 바울 선생님은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시며 이제는 예수님 그 분의 종이 되어 함께 동역하자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지금 내 이 전의 주인이셨던 빌레몬을 만나러 가려고 합니다. 아버지 바울 선생님이 써 주신 편지를 들고 나의 지난 과거를 용서 받으려고 합니다. 내 삶의 어떤 순간보다 두렵고 떨리는 순간이지만, 이제는 내 삶이 더 이상 굴레 속에 갇힌 삶이 아니라 복음 안에서 내가 자유해 졌다는 것을 알기에 주인 빌레몬에게 진심으로 나의 부족했고 죄 많았던 과거 잘못에 대한 용서를 구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시간 다짐합니다. 내 남은 삶을 어떻게 쓰시든지-다시 노예가 되든, 바울의 동역자가 되든.. 늘 하나님의 눈을 의식하며 사람의 종이 아닌 하나님의 충성된 종으로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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