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청년부 수련회 소감문 조은진자매(청년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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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마음 밭에 단비 같았던 여름수련회
                                                                              제자교회 청년부 조은진

 어느 때보다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어 참 무더웠던 8월의 초.
너무 더워서 입맛도 없고 반복적인 일상들도 참 지겨웠던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길을 걷다가, 이렇게 뜨거운 볕은 참 어디서 오나....싶은 생각에 하늘도 몇 번이나 쳐다봤던 여름날들.
그런 일상 속에서, 주말에 교회를 갈 수 있다는 것과 또 지체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은혜의 자리로 나아갔지만 지금 보다 더 온전하고 풍성한 은혜가 있어야 함을 느끼곤 했다. 그래서 나에겐 수련회가 더 기다려졌는지도 모르겠다.
 주바라기 캠프는 겨울에 고등부 수련회로 다녀온 적이 있어서 어떤 흐름으로 진행될지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청년 주바라기 캠프는 처음이라, 내심 기대가 되었다. 청년들의 관심사에 초점을 둔 말씀의 시간들일 것 같았기에.
전주를 벗어나 머나먼 용인으로 간다는 것만으로도 큰 전환이 되겠구나 싶었지만, 막상 2박 3일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는 사실에 부담이 아예 안 된 것은 아니었다. 여러모로 나에겐 기대 반, 걱정 반이였던 수련회.

 용인 신학대학원 교정의 땅을 밟고 자매들과 숙소에 짐을 풀고 오가면서야 진짜로 주바라기 캠프, 수련회의 시간들이 시작되었음을 실감했다. 대학생부터 청년까지 북적북적 집회장에 모여 있게 되는 것이 얼마만인지. 무더위를 뚫고 은혜 받겠다고 용인까지 나아온 것을 보면 이들도 참 대단하다 싶었고, 전국 곳곳에 숨어있던 믿음의 동역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는 것만 같았다. 작은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진 것 같다고나 할까.

 집회를 여는 찬양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콰이어들의 역동적인 율동과 하나님을 향한 간절함, 경외함이 담긴 표정들에 붕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좀 더 진지한 마음으로 찬양에 임하였던 것 같다. 관중석에는 수백 명이 모여 찬양을 하였는데 신기하게도 그 많은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찬양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 하나된 목소리가 한분이신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과 그 하나님을 만나기를 간절히 원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말씀의 시간들 중에서 먼저 나누고 싶은 것은 첫째 날 박성규 목사님의 말씀이었다. ‘영적전쟁’에 대해서 다루어 주셨는데, 나에게 특히 와 닿았던 부분은 영적 전쟁 터가 다른 곳이 아닌 자신의 ‘마음 속’이라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때라 그런지 혼자 있거나 공부할 때 잡생각, 생각 이상의 생각이 많아질 때가 있고 그와 더불어 괜시리 누군가 나에게 그냥 한 말들 한 마디 한 마디와 장면들이 떠오를 때가 많았다. 그리고 기억을 넘어서 안 좋았던 감정까지 생각이 나면 우울해 하거나 울기도 했던. 그런 기억이 있었다. 기억력이 좋은 것이 오히려 나에겐 독으로 다가와서 힘들었던 것이다. 좀 끊어버리고 싶은데 말이다.
 그래서 기도의 시간 가운데 보게 된 것은- 내 마음이 그동안 낮은 자존감과 크고 작은 스크래치들로 얼룩져 있었다는 것-을 보았다. 그런 내 마음을 보는데 참,, 안타깝게 느껴졌다. 하나님께 나의 마음이 그동안 많이 지쳐있었고 어느새 부턴가 사람들로부터 마음이 점점 닫혀가고 있었음을 고백하게 되었다. 내 나이 스물다섯, 대학을 졸업하고 ivf 공동체도 졸업하면서 나이를 먹을수록 온전히 신뢰할 만한 관계가 점점 줄어든다는 것을 느끼곤 하였는데, 그 와중 사역이란 이름으로, 또 믿음의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마음을 주어도 결국 그 사람도 나를 등지고 배신할 것 같은 두려움들이 있었음을 보게 된 시간들이었다.
그래서 기도의 시간에 자연스럽게 눈물이 많이 났다.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한계, 나의 약함에 직면하면서 하나님께 불쌍히 여겨달라고 기도했던 것 같다.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나 자신과의 영적인 전쟁 앞에 승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또 그 가운데 나를 끈질기게 도우시는 하나님을 의지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렇게 첫째 날의 시간들이 지나갔다. 저녁엔 찬미와 밖으로 나와 간단한 야식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원한 바람과 첫째 날의 밤을 붙잡고 싶어하는 듯 잠을 이루지 못하는 청년들의 웃음소리가 우리의 나눔 가운데 내려앉았다.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천관웅 씨의 ‘주의 나라가 비전인 세대' 찬양의 앞부분이 기억에 남았던지 숙소에서 자매들이 그 찬양을 따라 부르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다. 또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부스스한 모습으로 급식실에서 마주친 형제들의 모습도 수련회 둘째 날 아침임을 알리는 듯 했다.
 집회장은 첫째 날 보다는 조금 편안했지만 피곤한 기색들이 보였다. 그럼에도 말씀과 찬양에 집중하려는 청년들의 에너지와 의지는 더해갔다. 나 역시도, 어제보다 더 큰 은혜를 받으리라!는 마음으로 임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강명식 씨의 찬양 인도가 참 좋았다. 그분은 대학생 때부터 팬심 가득, 참 좋아라했었는데 이렇게 또 만나게 될 줄이야. ‘하나님 아버지’의 찬양을 건반으로 연주하시면서 찬양하셨는데 그 가사를 나누고자 적어본다.

<하나님 아버지> 
                            강명식
 하나님 제겐 참 두려운 게 많습니다.
 잘 모르는 것도 너무 많습니다.

 부끄러운 일은 헤아릴 수도 없고,
 지치고 힘든 때에도 그때도 의연한 척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하나님 아버지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어서 난 참 좋습니다.

 오 나의 하나님 아버지,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어서 난 참 다행입니다.

 오 나의 하나님 아버지,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어서 난 참 좋습니다.

뭐랄까, 이 찬양이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듯 내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아서 좋았고 수련회가 끝나고도 집에서 묵상하면서 많이 들었다. 오랜 기간 교회에 있었거나 모태신앙으로 지금껏 신앙생활을 하면서 지쳐있던 영혼들이 있다면 위로와 격려가 되는 찬양-이랄까. 처음 듣는 찬양임에도 낯설지 않고 편안하게 읖조릴 수 있었다.

 저녁 집회 때 오신 김용의 선교사님의 말씀은 여느 때 말씀보다 좀 강력했다. 그래서 듣는데 힘들었다는 지체들도 있었지만 열심히 집중해보려 노력하였다. 술집 아들도 태어나 가난과 고난으로 얼룩진 그의 일생. 아무것도 없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빚과 불안한 미래만이 그를 기다렸으나,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지금의 변화된 인생을 살고 있다고 간증하는 그의 말씀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히 울려 퍼지는 듯하다. 선교사님을 통해 하나님은 보잘것없는 인생을 들어 사용하시는 분임을 그분을 통해 절감할 수 있었다. 하나님 밖에 의지할 수 없어서, 하나님이 없으면 인생의 소망이 없는 그런 사람을 하나님께서 부르시고 선택하셔서 인생을 변화시키시고 그분의 이름이 높임 받도록 일하시는 분이심을 느낄 수 있었다.
 선교사님께서 말씀하시길, 인생에서 가장 불안했던 것은 그 누구도 의지할 대상이 없었던 것이라 하셨다. 누구를 좀 의지하면서 살고 싶은데, 그럴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그래서 그는 예수님이 그가 의지할 유일한 분이셨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자기를 좀 도와달라고,,당신을 좀 의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예수님께 그렇게 처절하게 매달리면서 살아오신 것이다. 그래서 그분이 말하는, 우리가 똑같다고 생각했지만 다르게 묘사하는 예수 그리스도는 모두의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그동안 나는 너무 부요한 마음으로 살아온 것 같았다. 예수님을 그분처럼 더 붙들면서 살지 못한 나를 회개하면서, 좀 더 그분을 찾고 나를 처음 만나주셨던 그 마음처럼 더 간절하게 부르짖어보기를 고대했던 것 같다.

기도의 시간을 통해 마음의 답답함들이 조금 걷히는 듯 하였다. 지금까지의 내가 있기까지 하나님께서 어떻게 일해오셨는지 되돌아보면서 잠잠히 그분의 은혜들을 헤아려보는 시간이었다.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교회를 가게 된 것 부터 은혜로 오게 된 대학교, 그리고 연고도 없는 전주에서 만나게 된 동역자들까지. 하나님께서 맺어주신 인연들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 삶을 선하고 은혜로 인도해 주셨듯이 앞으로의 삶도 걱정하고 염려하기 보다 그분을 신뢰하면서 나아가리라 다짐했던 시간이었다. 요즘 공부하면서 지역에 대한 고민이 너무 큰데, (아직 결정이 난 것은 아니지만) 하나님께서 나에게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그곳이 물리적인 어떤 지역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만이 내가 있어야 할 본향임을 말씀하여 주시는 것만 같았다. 본향, 이 땅위에 나그네로 잠깐 있다가 갈 우리가 진정 바라보고 지향해야 할 곳은 하나님 나라라는 본향임을 깨닫게 된 시간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마음을 더욱 정하여,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믿음의 여정을 걷는데 있어서 물론 이해할 수 없는 고난과 영적 전쟁들도 무수히 많을 것이라 예상되어지지만 정말 내가 마음을 두고, 내가 뜻을 두고 나아가야 할 곳은 이 땅의 삶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임을, 다시 오실 그분을 기대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의 남은 숙제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 시간들이었다.

이 땅위의 삶이 전부라면, 우리는 시집가고 장가가고 먹고 마시고만이 전부일 인생일 것이다. 굳이 이렇게 시간을 내어 예배드릴 필요도 없고, 경건하게 살려고 몸부림 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청년부 리더 카톡창에 말씀묵상을 나눠야할 필요도 없고, 중고등부 사역, 유치부 사역을 그렇게 힘들게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그러나 다시 왕으로 오실 하나님 때문에, 우리를 위해서 자신의 아들을 내어주신 그분의 사랑 때문에 오늘도, 매주, 힘들도 부족하고 연약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다짐해보게 된다.

슬프지만 피조물인 우리는 언젠가 모두가 죽음의 순간을 맏이하게 될 것이다. 또 그와 동시에 그분 앞에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나는 과연 그분께 잘 했다, 수고했다고 인정받으며 그분의 품에 안길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조금 더 그분께 내가 의심조차 하지 않을 만큼 더 큰 사랑과 은혜로 이 시간들을 돌보아 주시라고, 그래서 당신께 흠이 없는 자녀로 살 수 있게 도와달라고 기도해보련다.

 우리 제자 교회 공동체 역시, 하나님에 대한 갈망과 사랑이 더 깊어져가고, 또 깨어진 이 땅위에 대안으로 빛으로 부르신 하나님 나라의 공동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서로 부족하고 모난 부분들이 있더라고 사랑으로 감싸안을  수 있고, 세상의 기준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기준으로 영혼을 돌보고 세상을 섬기는 공동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기를, 하나님께서 더욱 우리 공동체를 사랑하여 주시고 은혜 베풀어 주시기를 고대하고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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