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레위기 묵상 김지연 집사

본문

스무살 무렵 시작한 신앙생활은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예수 믿으면 행복해 진다더니.. 예수를 믿으니 삶을 사는 게 쉽지가 않았다. 예수를 믿을수록 하나님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사랑과 자비와 온유의 예수님 속에서 하나님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레위기 역시 그랬다. 명령하시고 벌하시고 깐깐하신 하나님. 본인의 영광을 위해 모든 것들을 디자인 하시는 하나님 앞에 때로는 이유 없는 반감이 들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전능자로서의 하나님을 부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만나고 싶지 않은 하나님의 모습이었기에 성경퀴즈 대회 때 맡게 된 레위기는 씁쓸하기만 했다. 그러나 나는 구역장. 피할 길이 없었다.
  그렇게 책임감에 눌려 읽게 된 레위기 말씀과 설교 본문이 레위기가 된. 기막힌 타이밍 가운데 나를 만지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희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나님만을 위한 이기적인 제사의 방법들과 명령들 안에 있는 사람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보호하심, 하늘나라의 축제 모습이 읽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 번 읽어지기 시작하니 모든 것이 그러함이 깨달아졌다. 몇 번은 봤었던 레위기였지만 이번은 달랐다. 하나님을 위한 것이 아닌 모든 말씀이 결국은 나와 내 이웃, 내 공동체가 기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길이라는 깨달음이 가슴 깊이 울렸다.
  그동안 참 많이도 기도했었다. 머리로 아는 하나님이 가슴까지 이어지게 해 주세요. 이제는 하나님께서 직접 사람의 몸으로 이 땅에 오셨다는 것이 가슴에서 알아진다. 예수님과 하나님이 일체되지 않는 문제들이 제일 어려워하던 레위기를 통해 해결된 것이다. 모든 상황을 들어 쓰시는 하나님이심을 경험하게 되어 나는 다시 한 번 전능자이신 하나님 앞에 마음이 녹아내린다.
  하나님의 말씀은 참으로 놀라운 힘을 지니고 있다. 말씀은 하나님의 영광을 이루어가는 동시에 이 땅을 에덴으로 인도한다. 그리스도인이 말씀에 온전히 순종함으로 반응한다면 분명히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그 것이 쉽지가 않다. 머릿속에서는 말씀이 맴돌지만 몸이 움직여지지가 않는다. 더군다나 나이가 들수록 마음은 고집스러워만져서 말씀에 반응하기가 더욱 어렵다. 그러나 다행히도 공동체의 손을 붙들었을 때 한 걸음이 띄어진다. 한 걸음 걸어가다 보면 보이지 않던 하나님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다시 내 몸의 지체된 공동체를 향해 나는 손을 내밀어 본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은 붙들기가 난해하지만 공동체는 느껴지는 체온으로 나를 붙들어준다. 레위기 말씀을 통해서도 반복해서 보게 된 공동체를 지키고자하시는 하나님의 모습. 그 안의 깊은 뜻을 조금은 알 것 같다.
  힘겨운 세상살이, 분별하기조차 힘든 넘처 나는 정보들, 회복을 의심하게 되는 자연환경... 날로 복잡하고 답답한 세상에서의 삶에서, 나 하나 움직인다고 무엇이 될수 있을까 싶은 무기력감 앞에서, 공동체는 함께 해 보자며 손을 내밀어준다. 그 손을 잡으면 조금은 쉽게, 조금은 더 빨리, 조금 더 깊이 하나님을 알아가고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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