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베데스다로부터 탈출하세요. 박용태목사(전주제자교회)

본문

요한복음 5장에 보면 예수님 당시 예루살렘 성전 옆 베데스다못가에는 수많은 병자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그 병자들은 물의 움직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시 병자들 사이에는 천사가 가끔 못에 내려와 물을 움직이게 하는데 움직인 후에 먼저 들어가는 자는 어떤 병에 걸렸든지 낫게 된다는 속설이 있었다고 합니다. 베데스다는 은혜의 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상 베데스다는 은혜의 집이 아닙니다. 베데스다는 실상 사람을 더 깊은 고통 속으로 끌어가는 잔인한 곳입니다.
어느 날 예수님이 베데스다 못가를 찾아가셔서 그 중에서 가장 오래 누워 있었을법한 38년 된 병자에게 물었습니다. <네가 낫고자 하느냐>. 예수님의 질문을 받았던 병자는 낫고 싶다 어떻다 말하지 않습니다. <물이 움직일 때에 자신을 못에 넣어 주는 사람이 없어 그가 가는 동안에 다른 사람이 먼저 내려가 버린다>고 토로했습니다.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다른 모든 병자들이 다 자신의 경쟁자라는 것입니다.
38년 된 병자의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먼저 38년 된 병자는 잘못된 소망,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사람뿐만 아니라 베데스다 못가에 모여 있던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런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성경학자들은 병자들이 기다리고 있던 물의 움직임이라는 것이 실상 본래 물을 저장하는 웅덩이였던 베데스다 아래쪽으로 물이 스며나오는 곳이 있어서 일종의 간헐천 효과가 일어난 것이 아닌가 추측합니다. 그러나 어떻든 베데스다 못가에 누워있는 병자들이 기대하고 있는 것은 분명히 헛된 소망입니다. 설령 천사가 내려와 물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진짜라 할지라도, 물이 움직일 때 가장 먼저 들어가는 사람은 무슨 병이든지 다 낫게 된다고 하는 이것이 하나님의 방법이겠습니까? 물이 움직일 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못가에 누워있던 병자들이 서로 먼저 물에 들어가기 위해 아귀다툼을 벌이지 않았겠습니까? 가장 먼저 물속에 들어가는 사람이 병이 낫는다면, 그 중에서 가장 건강한 사람, 몸을 움직이기가 가장 쉬운 사람이 먼저 물에 들어가지 않았을까요?
1등한 사람의 병만 낫는다고 하는 믿음은 함께 베데스다 못가에 누워 있던 병자들을 모두 경쟁자로 만들어 버렸을 것입니다. 또 병이 낫는 사람이 생겨난다할지라도 그런 사람에 대한 부러움이 시기심으로, 또 가장 먼저 물에 들어가지 못한 자신의 무능에 대한 자책으로 이어졌을 것입니다.
물이 움직인 후에 먼저 물에 들어가는 사람은 무슨 병이든지 낫는다는 신념, 그런 방법 자체가 하나님의 방법이 아니라 가짜 믿음이요 가짜 치료법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38년 된 병자를 도와서 물에 가장 먼저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지 않으셨습니다. 다만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고 하셨습니다. 베데스다 못가에서 베데스다 물의 움직임만 기다리고 있던 사람을, 자신을 앞질러 가는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과 원망, 패배감과 낙망에 매인 사람을 풀어 자유케 하신 것입니다.
우리시대를 승자독식시대라고 합니다. 1등한 사람이 모든 것을 다 움켜쥐는 것입니다. 악한 일입니다. 은혜로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있지만 실상 경쟁심과 승리에 대한 욕망에 사로잡혀 철저하게 사람을 짓밟는 악한 믿음으로부터 탈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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