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우연/필연이 아니라 섭리를 의지해야 합니다. 박용태목사(전주제자교회)

본문

인생에는 우연한 일이 많이 일어납니다. 간혹 세상 모든 일은 하나님이 다 정하신 바라고 주장하면서 우연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하는 분이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우연한 사건이나 사고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민 35:22). 대단히 중요한 만남이 우연히 이루어지기도 합니다(룻2:3).
최근에 묵상했던 에스더서에도 우연한 일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모르드개가 왕의 내시들이 아하수에로왕을 암살하려고 하는 음모를 알게 된 일이나, 암살 음모를 신고해서 왕을 위험에서 구해 주는 공을 세웠지만 아무런 상을 받지 못한 일이나, 어느 날 밤 왕이 잠이 오지 않아 내시들의 암살음모와 모르드개가 신고했던 내용이 적혀 있던 역대 일기를 읽게 된 상황이나, 왕이 상을 주지 않고 넘어가 버린 모르드개에게 무슨 상을 줘야 할까 생각하는 그 순간에 모르드개를 죽이려 했던 하만이 들어 온 일이나, 왕이 상을 주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는데 무슨 상을 주는 것이 좋을지 의견을 물었을 때, 하만이 혼자 생각하기를 왕이 상주고 싶어하는 인물이라면 자기 외에 누가 있을까 착각한 일이나 이 모든 일들이 하나하나 뜯어보면 모두 우연한 일들의 연속인 것처럼 보입니다.
세상일에 우연이란 없고 모든 일이 다 필연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하나님의 작정과 섭리를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상만사가 다 미리 정해진 것이라 주장하는 것을 결정론이라고 합니다. 이미 다 결정된 숙명을 믿고 그것에 매인 채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운명론적인 삶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그런 결정론, 운명론을 엄격하게 정죄합니다. 결정론이나 운명론은 하나님을 모르는 세상 사람들이나 받아들이는 거짓사상이지 성경이 가르치는 바가 아닙니다.
살아계신 하나님은 인격적인 분입니다. 마땅히 두려워하며 경외함으로 섬겨야 할 분이지만 하나님은 또한 자비로우시고 사랑이 많으십니다. 하나님이 사람을 지으실 때 자기 형상대로 지으셨습니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존재요 지성과 의지를 동원해서 하나님을 찾고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는 존재로 지으셨습니다. 사람은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기계가 아닙니다. 사람을 둘러싼 환경도 모두 다 결정되어 있으니 순응하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해석하면 안됩니다.
물론 세상이 다 우연뿐이냐고 말한다면 당연히 그런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모든 일이 다 기계적인 인과관계처럼 정해진 대로 굴러 가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우리 삶과 이 우주를 관통하는 하나님의 작정과 섭리가 있습니다. 인간뿐만 아니라 온 세상 모든 역사를 운행하시는 하나님의 계획을 일러 <작정>이라고 하고, 그것이 드러나는 과정과 방식을 <섭리>라고 합니다. 세상을 창조하시고 인류역사를 주장하시며 장차 세상을 심판하실 하나님께 어떤 계획과 목적이 있으시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삶은 우연/필연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작정과 섭리가 배어 있습니다. 다만 하나님의 작정과 섭리는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는 사람, 기도하며 사는 사람만이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믿고 의지함으로 세상과 죄악을 대항하면서 하나님 편에 서 있는 사람이 일상 안에서 드러나는 하나님의 작정과 섭리를 경험적으로 알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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