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성령과 우리는 박용태목사(전주제자교회)

본문

종교개혁의 전통을 이어받고 있는 교회 안에 확립된 제도 중에 회의를 통한 문제해결 방법이 있습니다. 물론 초대 교회나 중세 교회 안에도 여러 방식의 회의가 이루어졌지만 기본적으로 중세교회는 교황의 권위를 통해 교회의 질서를 세웠습니다. 종교개혁 이후 교회는 교황을 비롯해서 특정 개인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교회 안에 속한 구성원들의 회의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모든 교회 구성원들의 의사를 직접 모으는 회중주의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 지도자의 영적 권위를 중시하는 감독제 교회가 있는가 하면 우리교회처럼 일종의 대의민주주의 형식의 장로회 제도를 따르는 교회가 있습니다.
회의를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것은 최근 우리가 묵상한 사도행전 15장에서부터 그 사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초대교회 안에 할례/유대인의 전통을 지키는 문제 때문에 갈등이 일어났을 때 교회는 그 문제를 회의를 통해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결론을 내릴 때 <성령과 우리는>이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회의의 결론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선언했습니다(행15:28). 이처럼 회의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1. 초대교회가 만장일치로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교회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회의는 만장일치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만장일치가 되면 좋겠지만 사안과 입장에 따라 만장일치가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탈무드가 만장일치가 되는 안은 결코 채택하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친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만장일치가 목표는 아닙니다.
2. 다수결로 결정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민주주의적인 형식에 집착하다보면 다수결을 주장하게 됩니다. 대개의 경우 다수결을 따르게 되지만 그러나 하나님의 일은 반드시 다수결을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다수를 따라 악을 행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출23:2)
3. 초대교회는 그저 다수결로, 만장일치로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닙니다. 초대교회는 의견이 엇갈리는 문제에 대하여 치열한 토론을 하면서도 먼저 하나님께서 자신들 안에서 행하고 계신 일을 점검했습니다. 베드로의 발언이나 바나바/바울의 증언은 하나님이 하고 계신 일을 확인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 다음에 자신들이 경험하고 있는 일이 성경의 약속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야고보가 아모스를 인용하면서(암9:11-12), 그 일을 했습니다. 모든 회의의 참가자들이 야고보의 설명을 들으면서 과연 자신들 안에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이 그 약속의 성취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 것입니다.
요컨대 초대교회는 회의를 통해 성경을 살피면서 하나님의 말씀 가운데 드러난 증거를 확인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회의의 결론은 올바른 성경 해석의 열매였던 것입니다.
교회 안에서 회의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회의가 단순히 교회 구성원들의 생각과 뜻을 모으는 과정이 되면 안됩니다. 교회 안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우리끼리 합의해서 처리해서는 안됩니다. 진지하고 끈기 있게 하나님의 뜻을 묻고, 특히 성경이 가르치는 바를 교회 안에 드러내려고 애써야 합니다. 성령님이 교회를 이끄시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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