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하나님을 생각해야 합니다. 박용태목사(전주제자교회)

본문

예레미야애가는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지고 난 후 예레미야 선지자를 통해 울려 퍼진 슬픔 가득한 탄식입니다. 예레미야는 눈물의 선지자라는 별명답게 예루살렘의 멸망으로 인해 하나님의 백성들이 당하는 고통과 아픔을 구절구절 아로새겨 놓았습니다. 예레미야애가를 묵상하다보면 몇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이 있습니다.
예루살렘 멸망은 사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것과 같은 엄청난 일이었습니다. 눈으로 보면서도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현실을 현실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온 세상을 지으신 하나님의 집이 하나님을 두려워할 줄 모르는 이방인의 손에 넘어간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전쟁을 신(神)들의 싸움이라고 여겼던 시대, 우상을 섬기는 이방인들이 하나님을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당혹스러운 일이 현실 속에 일어난 것입니다.
예레미야는 그처럼 당황스러운 현실에 맞닥뜨리면서 무너진 성전의 폐허 위에 서서 하나님을 향해 부르짖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예레미야 애가 그 많은 구절 속에 바벨론이라는 단어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루살렘을 정복하고 성전을 무너뜨리며 불사른 것은 갈대아사람, 바벨론 군대였습니다. 그러나 선지자는 바벨론을 말하지 않습니다. 선지자가 볼 때 예루살렘을 무너뜨리고 예루살렘의 뿔을 꺾어 버린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예루살렘에 밀려닥친 모든 재난은 하나님이 보내신 것입니다. 하나님과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요컨대 선지자는 예루살렘 멸망이라는 엄청난 사건을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의 손으로 이루어진 일이라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 인생에 벌어지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설명할 줄 알아야 합니다. 모든 일을 은혜의 빛 아래 비추어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일은 하나님께 감사하고, 괴롭고 슬픈 일 중에서는 하나님을 향해 부르짖어 기도할 줄 알아야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 인생 뿐 아니라 온 세상의 생사화복을 주장하시는 분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을 경외할 줄 알아야 합니다. 하나님이 얼마나 높고 크신 분이신지, 하나님의 위엄을 주목해야 합니다. 예루살렘은 하나님의 임재를 주장했지만 하나님을 경외할 줄은 몰랐습니다. 하나님을 가볍게 여기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두려워하지 않는 하나님의 백성들이 어떻게 평안을 누릴 수 있겠습니까?
더욱이 하나님을 모욕하는 일에 하나님이 세우신 일꾼들이 앞장섰습니다. <그의 선지자들의 죄들과 제사장들의 죄악들 때문이니 그들이 성읍 안에서 의인들의 피를 흘렸도다 애4:13> 하나님이 맡겨주신 권위로 죄인을 책망하며 의인들에게 힘을 더해 주어야 할 사람들이 도리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의인들을 해치는 일에 앞장서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런 공동체라면 망하지 않는 것이 도리어 이상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예레미야애가의 메시지가 절망적인 탄식으로 끝나지 않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모든 소망이 다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상황인데, 소망에 대한 고백이 있습니다(애3:20-22, 5:21). 하나님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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