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광야보다 더 위험한 가나안 박용태목사(전주제자교회)

본문

광야는 메마른 곳입니다. 메마른 곳이라 먹을 것이나 마실 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람살기가 어려운 곳입니다. 낮에는 뜨거운 뙤약볕에 서 있기조차 힘들고 밤이 되면 온도가 급속도로 내려가서 추위에 시달려야 하는 광야는 사람이 머물고 싶어 하는 곳이 아닙니다. 반면에 가나안은 젖과 꿀이 흐르는 곳입니다. 산이 있고 언덕이 있고 골짜기가 있고 샘이 있는 곳입니다. 광야에 비해서는 별천지입니다. 가나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만큼 좋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가나안은 하나님의 도우심이 아니라면 전적으로 생존 자체가 불가능했던 광야에 비하면 너무나 풍성한 곳입니다. 가나안 땅을 살펴 본 후에 믿음 없는 정탐꾼들도 좋다고 말했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가나안은 애굽에 비해서 더 좋은 곳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가나안은 좁은 땅입니다. 비가 자주 오지는 않았지만 나일강 덕분에 물 걱정 없는 애굽과 달리, 가나안은 천수답이었기 때문에 늘 비가 제때 내려 주기를 걱정하며 기다려야 하는 곳입니다. 문명의 중심지였던 애굽과 달리 역사의 중심에 설 수 없는 하찮은 변방이었습니다. 그나마 좁은 땅에 여러 부족이 뒤섞여 살았기 때문에 자주 갈등과 싸움이 벌어지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애굽에 살던 이스라엘을 가나안 땅으로 이끌어 오셨습니다. 물댄 동산 같던 애굽에 비하면 척박한 땅이라고 할 수 있는 가나안으로 자기 백성을 이끌어 오신 이유가 무엇일까요?
너무 화려하고 풍요로워, 비록 노예라도 먹고 살 것에 대한 걱정이 필요 없던 애굽과 달리 하나님의 은혜와 도우심이 꼭 필요한 땅이 가나안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들을 영원토록 척박한 광야에 살도록 버려두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들이 척박한 땅에서 고생하며 살기보다는 풍요로운 곳에서 하나님이 베풀어 주시는 은혜와 복을 누리며 살기를 원하셨던 것입니다. 다만 풍요로운 애굽에서처럼 하나님을 잊어버린 채 그저 세상의 힘과 능력에 도취되어 사는 것은 올바른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삶의 터전에서, 하나님의 은혜와 긍휼을 힘입어 풍요로운 삶을 살며 하나님을 경외하는 경건한 삶 살기를 원하셨던 것입니다. 문제는 나름 풍요로운 가나안에서 하나님을 잊어버릴 위험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가나안에서 은혜와 복을 누리다가 마음에 부패하여 하나님을 잊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경고하셨습니다.
광야에서는 믿음이 없어 원망하고 불평할지라도 하나님 외에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결국 하나님께로 돌아왔습니다. 가나안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 대신 자기 욕망을 채워줄 우상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가나안 땅을 차지한 하나님의 백성들이 하나님을 버리고 세상의 종이 되어 버렸던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고난을 겪을 때보다 평안한 삶을 살 때 더 유혹이 많습니다. 병들었을 때보다 건강할 때, 가난할 때보다 풍요로울 때 더 시험이 많은 법입니다. 풍요롭고 평안한 삶을 사는 우리가 얼마나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경외하는 지 점검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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