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어른이 필요합니다. 박용태목사(전주제자교회)

본문

로마서를 읽으면 바울이 유대인의 전통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유대인들을 향해서 그런 종교적 전통을 따른다고 해서 의롭게 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믿음으로,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의롭다하심을 얻게 되는 것이라 주장합니다. 동시에 자기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아브라함이나 다윗을 예로 듭니다. 그들도 오직 믿음으로, 오직 은혜로 값없이 의롭다하심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바울이 아브라함과 다윗을 언급하는 이유는 그들이 모든 유대인들에게 믿음의 큰 어른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브라함은 모든 유대인들이 그 권위를 인정하는 사람입니다. 유대인들은 모두가 자신들이 아브라함의 후손인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위대한 왕 다윗은 유대인들이 기다리고 있던 메시야의 원조 같은 인물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이나 다윗이 그랬다고 하면 어떤 유대인들도 문제 삼을 수 없었습니다. 마치 옛날 사극(史劇)을 보면 여러 가지 논란이 있을 때라도 <어명이요!!>하면 다 끝나버리는 것처럼 “아브라함이다, 다윗이다” 하면 다 고개를 숙이고 수긍했습니다.
가끔씩 교회 안에 이처럼 믿음의 모범이 될 만한 어른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교회 안에는 어차피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의견이 다르고 생각이 다를 때가 많습니다.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교회를 위해 바람직하고 유익한 것입니다. 그러나 간혹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조정해야 할 일이 있을 때, 교회 안에 어른이 없으면 서로 자기주장만 내세우게 되고 심한 경우 다투게 됩니다. 사소한 일 때문에 갈등이 일어나고 교회가 시험 들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모든 사람들의 인정과 존경을 받는 어른이 있으면 분쟁과 다툼을 조율하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그 어른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들어야지 하는, 선한 영향력을 가진 어른이 교회 안에 필요한 것입니다.
이런 어른은 단지 나이가 많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목소리를 높인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닙니다. 평소에 덕을 많이 세워야 합니다. 덕이 없는 분들이 어른노릇하려고 하면 도리어 다툼을 더할 뿐입니다. 교회 안에 어른이 된다는 것은 보스처럼 군림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위세를 부리거나 자기주장을 관철할 수 있을 만큼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교회 안에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모름지기 어른은 그 어른 덕분에 젊은 사람들이 힘을 얻고 지혜를 배울 수 있어서 공동체를 더 윤택하게 만드는 데 이바지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둥 같은 역할을 해 내는 분입니다.
교회 안에 어른은 거친 심령, 상처 입은 영혼을 위해 흘린 기도의 눈물이, 깊숙이 배어 있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분입니다. 담대한 용기와 견고한 믿음을 가지고 폭풍 속에서도 교회를 세워가고자 씨름하면서 많은 희생과 수고의 흔적을 몸에 지닌 분입니다. 십자가 아래 엎으려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연약한 이들의 버팀목 노릇을 끈기 있게 해내는 분들입니다. 거룩한 지혜와 분별력을 가지고 있어서 일의 경중과 선후를 가늠할 줄 아는 분입니다. 그저 올바른 소리를 해서가 아니라 이런 인간 저런 사람을 많이, 계속 거두어 먹이고 돌보아 주면서 그 분의 그늘 아래 신세진 사람이 많을 때 비로소 어른이 되는 것입니다.
어른이 있는 교회는 더 풍성한 은혜를 누릴 수 있습니다. 어른으로 자라가며 어른을 세워내는 공동체가 될 수 있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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