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마음이 상한 자를 향한 하나님의 위로 박용태목사(전주제자교회)

본문

예레미야의 동역자 중에 바룩이라는 서기관이 있습니다. 예레미야가 하는 말을 글로 기록하고 성전에서 그것을 낭독하기도 했습니다(렘 36:4,10). 자신이 기록한 두루마리를 불태워버린 왕에게 쫓겨 예레미야와 함께 숨어 지내기도 하고(렘 36:19,26). 불태워진 두루마리를 대신해서 같은 말씀을 새 두루마리에 다시 기록하기도 했습니다(렘 36:27-32). 예루살렘이 무너지기 직전 예레미야가 밭을 살 때, 그런 말도 안되는 일에 법적인 들러리 역할을 하기도 했고, 종국에는 예레미야와 함께 애굽으로 끌려갔습니다(43:6). 학자들은 아마 바룩이 예레미야와 같이 애굽에서 돌에 맞아 죽었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바룩은 아마도 남유다의 명문가 출신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바룩의 조부 마세야는 요시야 시대에 왕의 측근이었습니다(대하 34:8). 바룩의 형제 스라야는 시드기야 왕 때에 왕의 수행원 역할을 했습니다. 고대사회의 신분이 타고 나는 것임을 고려하자면 바룩은 선대나 당대에 잘 나가던 귀족 가문 출신인 것이 확실합니다. 요컨대 장래가 유망한 엘리트 청년이 많은 사람들의 조롱과 멸시를 받는 시골뜨기(?) 선지자 예레미야의 서기관 노릇을 했던 것입니다.
비록 자신이 택한 길이기는 했지만 너무 힘겨운 삶과 사역이었기 때문에 지치고 힘겨워했던 때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바룩이 고통과 슬픔, 탄식과 피곤함, 평안을 찾지 못하는 자기 신세를 하소연하는 장면이 성경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주께서는 그대가 언젠가 '주께서 나의 고통에 슬픔을 더하셨으니, 나는 이제 꼼짝없이 죽게 되었구나. 나는 탄식으로 기진하였고, 마음 평안할 일이 없다' 하신 말씀을 기억하시고, 주께서는 나더러, 그대 바룩에게 전하라고 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소. '나 주가 말한다. 나는, 내가 세운 것을 헐기도 하고, 내가 심은 것을 뽑기도 한다. 온 세상을 내가 이렇게 다스리거늘, 네가 이제 큰일을 찾고 있느냐? 그만 두어라. 이제 내가 모든 사람에게 재앙을 내릴 터인데 너만은 내가 보호하여,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의 목숨만은 건져 주겠다. 나 주의 말이다(렘45:3-5, 표준새번역).
거룩한 사역을 하고 있었지만 힘겨워하는 바룩에게 하나님이 너무 큰 꿈을 꾸지 말라고 하십니다. 모든 것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하나님이 바룩에게 베풀어 주시는 은혜는 겨우 생명을 건지는 수준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바룩을 아시고, 바룩이 탄식하며 내 뱉은 말씀을 기억하시면서 바룩을 격려하려고 하십니다. 인생의 원대한 꿈을 꿀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거룩한 공동체가 무너져 내리는 상황에서 개인의 꿈과 야망이란 얼마나 부질없는 일이겠습니까? 더욱이 하나님은 세운 것을 헐기도 하시고, 심은 것을 뽑기도 하십니다. 하나님이 세우시고 하나님이 심으셨는데?? 다시 허물어버리시다니!! 하나님의 실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순종하지 않고 대항하는 무리들 때문에 하나님의 작정,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꿈이 깨어지고나 소망을 이루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그 마음을 아시고 그 처지를 아십니다. 분명한 것은 하나님은 결코 실패하시지 않습니다. 우리 실패를 도리어 복으로 바꾸시는 분입니다. 하나님이 우리 탄식과 기도를 기억하시는 한 우리는 반드시 은혜와 영광에 참여하게 됩니다. 겨우 생명만 부지하더라도, 어쩌면 그 생명조차 부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우리를 아시는 하나님이 우리를 기억하시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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