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존경 vs. 사랑 박용태목사(전주제자교회)

본문

어떤 분이 저를 존경한다고 말씀하셔서 상당히 당혹스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존경을 받는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입니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존경을 받고 싶은지, 사랑을 받고 싶은지를 묻는다면, 존경도 받고 사랑도 받고 - 둘 다 받으면 좋겠다고 쉽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처럼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존경보다 사랑을 받고 싶습니다.
<존경>이라는 단어의 사전적인 뜻은 “남의 인격, 사상, 행위 따위를 받들어 공경”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존경이 가벼운 일일지 모르지만 존경을 받아야 할 입장에서는 존경이란 대단히 곤란한 짐이 됩니다. 존경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자면 상대방이 받들어 공경할만한 수준을 유지해야 할 의무를 짊어지게 됩니다. 평소 인격이나 생활방식에서 훌륭하고 탁월한 수준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존경받는 것이 자연스럽고 자랑스러울지는 모르겠지만 보통사람의 입장에서는 존경받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멍에를 짊어지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계속 존경을 받으려면 자기 관리를 더 철저하게 해야 하고, 끊임없이 긴장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게다가 인격과 생활 방식에서 존경 받을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한 사람이 계속 다른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려면 자신을 포장해서 남들에게 멋지게 보이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위선으로 물들어 가기가 쉬울 것입니다.
저는 존경받는 목사가 되기보다는 사랑을 받는 목사가 되고 싶습니다.
<사랑>이란 말의 사전적인 뜻은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입니다. 당연히 제가 무슨 사랑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사랑이란 어떤 조건이나 이해타산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베풀어지는 은혜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으니 비록 연약하고 실수가 많은 부족한 사람이지만, 그저 사랑을 받고 싶은 것입니다. 
사랑이란, 말 그대로 상대방을 귀하게 여기면서 돌봐 주는 것입니다.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용납하고 참아주면서 함께 끌어안아 주는 것입니다. <사랑 안에 하나됨>이란 교회를 이루어가는 원리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삶 가운데서 직접 경험되고 누려야 할 은총이 아니겠습니까? 무슨 일이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서로 사랑을 받으면서 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신이 나고 즐거울 것입니다. 사랑으로 품어주는 사람들 사이에 머물러 있으면, 굳이 긴장하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자유와 평안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존경>도 좋지만 <사랑>이 훨씬 더 좋습니다. 물론 누구든지 존경할만한 분이 옆에 있어서 항상 그 분을 바라보며 따를 수 있다면 더 많이 성장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 믿는 사람들이 늘 목표/성취/성장지향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존경 받을만한 삶을 빌미로 더 높은 수준을 향해 달려가도록 끊임없이 다그치고 몰아대는 것이 아니라 그저 더불어 사랑 안에 손잡고 등 두드려주면서 은혜와 복을 누리는 삶이 더 행복하겠습니다. 교회 안에서 연약한 사람들이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 안에서 용납하면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자체가 큰 복이 될 것입니다. 어떻든 저는 존경보다 사랑이 훨씬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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