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하나님의 영광에 사로잡히는 은혜 박진문목사(전주제자교회)

본문

지난 금요일부터 에스겔서 묵상을 시작했습니다. 에스겔은 여러 면에서 읽기 어려운 책으로 여겨집니다. 왜냐하면 에스겔의 언어와 표현이 매우 거칠고, 환상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인데 더군다나 그 환상들은 다른 선지서의 그것들과는 달리 상당히 기이합니다.
또한 선지자로서의 그의 행동도 매우 파격적입니다. 토판에다가 예루살렘을 그리기도하고(4:1), 왼쪽과 오른쪽으로 눕기도 하고(4:4-6), 줄로 몸을 매기도 했습니다(4:7). 그리고 인분에다가 떡을 구워먹기도 했습니다(4:12). 뿐만 아니라 머리털과 수염을 깎아서 저울로 재서 삼등분을 하기도 했고(5:1-2), 그의 아내를 잃기도 했습니다(24:16).
에스겔이 이러한 경험들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가 하나님의 거룩함 앞에 압도당했기 때문입니다. 이방의 부정한 땅에서 하나님의 영광에 압도되어 예루살렘의 죄악과 멸망을 지켜보는 그는 기존의 언어로는 자신의 느낌과 감정을 다 쏟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도발적이고, 파격적이고, 급진적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가 경험한 하나님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영광스러움을 여러 환상을 통해서 경험하고, 하나님의 권능을 목도한 그는 하나님께 사로잡히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바벨론 땅에 사로잡힌 자로 살았지만 그곳에서 하나님께 사로잡히고, 붙들려서 선지자의 삶을 살아갑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평범하게 살아가던 자의 인생을 바꾸었습니다. 25살에 예루살렘을 떠나온 그는 제사장이었지만 한 번도 제사장의 직무를 감당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이름만 제사장인 평범한 서른 살의 청년이었습니다. 그런 그를 하나님께서 부르십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보게 하시고, 하늘이 열리는 것을 보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하십니다.
이 사건 이후로부터 그는 하나님께 매여 하나님의 말씀을 가감 없이 전하는 비범한 삶을 살게 됩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평범한 한 청년의 일상을 바꾸었습니다. 하나님의 영광에 압도된 약관 서른 살의 청년은 20년 동안 그 말씀을 받아먹고, 눈으로 보면서 새로이 자신의 인생을 사용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게 됩니다.
하나님이 찾아오시면 황폐한 땅에서도 꽃이 핍니다. 하나님이 말씀이 임하면 우상이 가득한 그곳에서도 하나님을 예배하는 성전은 세워집니다. 하나님의 영광은 그 탐욕스러운 제국의 한 모퉁이에서 외면당한 채 살아가든 자들이 생명을 보고, 소망을 가지게 만듭니다.
우리도 하나님의 영광을 보게 되기를 원합니다. 하늘이 열리는 경험, 우리의 의지와 평범한 일상을 뒤 흔들어 놓아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순종하지 않을 수 없는 강렬한 경험들이 날마다 우리의 삶에서, 가정에서, 직장에서 일어나게 되기를 원합니다. 일상을 뛰쳐나가자는 말이 아닙니다. 있는 그곳에서 하나님께 매여, 하나님의 말씀과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는 삶을 살아가자는 것입니다. 에스겔은 하늘이 열리는 경험을 했지만 신분적으로는 여전히 사로잡힌 자였습니다. 바벨론을 뛰쳐나가지 않습니다. 도리어 그곳에서 하나님께 사로잡혀 귀한 사명을 감당합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경험하고, 우리의 일상을 뛰쳐나가서 특별한 자리에 서는 게 아니라, 있는 그곳에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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