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먹고 마심 - 정말 중요한 일 박용태목사(전주제자교회)

본문

제주도에 가면 유명한 <돈가스> 식당이 있다고 합니다. 본래 서울에 있던 조그만 식당이었는데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유명 프로그램에 등장한 후, 어느 날부터 상당한 인기를 끌다가 몇 가지 이유로 가게를 제주도로 옮겼다고 합니다. 메뉴는 돈가스 몇 가지로만 정해져 있고, 가격도 비싸지 않은 데다 하루 100명에게만 음식을 팔면서 재료가 소진되면 문을 닫는 등, 나름대로 식당 경영의 기준을 가지고 운영하는 곳입니다. 문제는 워낙 유명해 진터라 그 식당에서 밥을 먹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고 내려와서 그 집 돈가스만 먹고 돌아가는 가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다음날 돈가스를 먹기 위해 식당 마당에 텐트를 치고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 곳에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전날부터 대신 줄을 서 주는 아르바이트생도 있는데, 그런 알바생을 고용하려면 돈가스 값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합니다.
사람마다 원하는 바가 다르고, 경험하고 싶어 하는 일이 다를 수 있습니다만 한 끼 음식을 먹기 위해 밤을 지새우거나, 음식 값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대신 줄 서주는 사람을 고용하기까지 하는 일은 확실히 지나친 바가 있습니다.
물론 <한 끼 음식>은 가볍게 여길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한 끼 한 끼 반복해서 먹고 마시는 음식을 통해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더욱이 이 세상에는 한 끼 음식조차 제대로 먹지 못해서 굶주리는 사람들이 허다합니다. 그런 점에서 누구든지 <한 끼 음식>의 중요성을 폄하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 끼 음식>을 즐기려는 열정이 지나쳐서 <한 끼 음식>이 단순한 유희가 된다거나 자기 과시용 이벤트가 되어 버린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겠습니다. 어디서 무엇을 먹어 보았다는 경험 자체를 위해, 또 그런 경험을 자랑하기 위해 한 끼 음식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비용을 기꺼이 지불한다는 것은, 소비를 통한 자기만족과 자기 과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자본주의 소비사회의 전형적인 폐해라고 하겠습니다.
우리 삶에는 보다 중요한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 끼 음식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으며 우리가 추구해야 할 보다 더 중요한 삶의 목표가 있습니다. <한 끼 음식>은 단순한 유희가 아니라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공급받는 은혜의 통로요, 더 아름답고 의미 있는 삶을 살도록 해 주는 은혜의 발판이기도 합니다. 한 끼 식사를 통해서 누려야 할 복이 있고, 또 한 끼 식사를 통해서 응답해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복잡하고 감내해야 할 고통이 많은 세상을 살면서 자기만족과 자기과시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가는 것은 정말 사소한 일에 목숨 거는 얄팍함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얄팍한 세상에서 사소한 일과 그것을 넘어서는 삶의 가치가 어떻게 구별되는지를 생각할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우리에게 주어진 재능, 우리에게 주어진 삶 자체는 사명으로 맡겨져 있는 것입니다. 먹고 마시는 삶의 분복을 충분히 누리되, 먹고 마시는 일 자체에 몰두하기보다는 먹고 마심을 통해서 슬픔 많은 세상에 복이 되는 길을 추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0
로그인 후 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