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교회가 소망입니다. 그대가 소망입니다.(박용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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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한 세상을 살다보면 어느 때나 답답하고 힘겨운 상황에 부딪힐 때가 있습니다. 이래저래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해서 낙심하거나, 한계를 뻔히 보면서도 뛰어 넘지 못하는 자기 연약함 때문에 낙담할 수 있습니다. 요즘 같으면 교회의 현실이나 우리 사회의 앞날에 대한 염려 때문에 답답해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실상 교회가 너무 깊이 병든 나머지, 속이 뻔히 들려다 보일만큼 부끄러운 일에 들러리를 서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서울 모 교회에서 70여 교단이 함께 모여 부활절 연합 예배를 드렸는데, 대통령당선자를 불러다 놓고 거의 당선자 찬양집회처럼 진행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40년 전 기독교계 대표적인 목회자들이 조찬기도회를 하면서 광주에서 수많은 사람을 학살하고 민주주의를 억압한 채 권력을 장악한 군부 독재자를 축복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총칼이 무서워 억지로 했다고 핑계라도 댈 수 있었다면, 금 번 부활절에 벌어진 일은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한 마음으로 자원해서 즐거이 한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한국 교회의 비참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교계 명망 높은 지도자들의 영적 분별력을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우리는 이제 ‘선지자들은 거짓을 예언하며 제사장들은 자기 권력으로 다스리며 내 백성은 그것을 좋게 여기는’(렘5:31) 시대를 살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낙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교회가 아무리 병들고 교회가 아무리 타락해도 하나님이 살아계신 줄 알아야 합니다. 사사시대를 생각해 보세요. 교회가 병들고, 사람들이 하나님을 버린 채 자기 욕망을 채우기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았을 때에도, 하나님은 하나님을 경외하며 믿음 안에 서 있는 일꾼들을 통해 위대한 일을 이루어 내셨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져 내렸던 시대를 생각해 보세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 내렸던 시대에도 하나님이 일하시고, 하나님께 소망 둔 사람들을 통해 은혜의 역사를 이끌어 오셨습니다.
과연 오늘 교회는 너무 깊이 병들어서 세상의 소망이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든 교회라 손가락질하면서 교회를 버리고 떠날 것이 아니라, 연약한 교회 안에서 버티고 서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드려야 할 기도를 드리고, 우리가 흘려야 할 눈물을 뿌리고, 우리가 불러야 할 찬송을 부르며, 우리에게 맡겨진 사명을 꿋꿋하게 감당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나님이 살아계십니다. 우리가 살아계신 하나님을 바라본다면 교회는 언제나 다시 일어설 소망이 있습니다. 연약하고 병든 교회 때문에 탄식하며 슬퍼하는(겔9:4) 그대가 바로 교회의 소망이요, 이 땅의 소망입니다.                                                      (박용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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