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체면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습니다.

본문

사울은 불쌍한 사람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왕으로 부르심을 받았는데, 나름 열심히 노력했지만, 하는 일마다 삐걱거리더니 결국 왕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것이 드러나고,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리며 살다가 비참하게 죽었습니다. 사울은 차라리 왕이 되지 않았었더라면 더 좋았을법한 사람입니다. 가끔씩 교회 안의 직분자들이나, 세상의 출세한 이들 중에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기 능력이나 내면의 크기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책임이나 지위를 맡았다가 무너져 내리는 것입니다. 중요한 직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 때문에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나 된 듯이 남들을 피곤하게 만들다가 결국에는 스스로 몰락하는 것입니다.
본래 사울은 스스로 고백하듯이 보잘 것 없는 사람이었습니다(삼상9:21). 그런데 약한 자를 들어 쓰시는 하나님이 사울에게 거룩한 사명을 맡기셨습니다. 얼마나 큰 은혜였는지 모릅니다. 문제는 사울이 하나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사울은 하나님이 자신에게 맡겨진 왕권을 거룩한 사명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 자기 명예와 자기 자랑거리로 여겼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왕으로서의 사명을 맡겨주신 하나님께 충성한 것이 아니라, 자기 왕권을 지키는데 열과 성을 다 바쳤습니다. 평생 싸웠는데, 하나님의 적에 대항하는 싸움을 싸운 것이 아니라, 자기 위세를 드러내고 자기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한 싸움을 싸웠습니다. 엉뚱한 싸움에 기운을 다 써 버린 나머지, 정작 싸워야 할 적에게 대항하는 싸움에서는 승리하기보다 패배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사울은 하나님이 세우신 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보자면 하나님의 뜻을 받들거나 하나님께 순종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마침내는 하나님을 대항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습니다. ‘모든 백성 중에 짝할 이가 없다/이 나라에는 이만한 인물이 없다.’는 칭찬을 받으면서 왕이 되었던 사울이 무너져 내리는 것, 특히 악령에 매인 사람이 되어 가는 것을 보는 것은 정말 마음 아픈 일입니다.
사울이 자기를 사랑하고, 자기 왕권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던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사울에게는 어떤 목마름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왕으로서 인정받고자 하는 목마름, 사람들로부터 높임을 받고자 하는 목마름입니다. 사울에게 하나님을 향한 목마름, 거룩하고 온전한 순종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지만, 안타깝게도 사울은 하나님보다 자신을, 사명이나 경건함보다도 자기 체면과 자기 위세를 더 소중하게 여겼던 것 같습니다. 자기를 사랑하고 자기 명예, 자존심, 체면을 지나치게 소중하게 여기다보면 은혜로부터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불만, 분노 마침내는 미움과 적개심에 매이게 될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이나 주변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하여 감사와 찬송보다 짜증이 더 많이 날 때 조심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자신을 너무 소중하게 여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우리가 자신을 드러내는 인생, 잘난 체 하는 삶으로 부르심을 받은 것이 아니라, 자기 부인과 순종하는 삶으로 부르심 받은 줄 알아야 합니다. 자존심이나 체면에 매어 살 것이 아닙니다. 우쭐한 마음이 들거나, 목과 어깨에 힘이 들어갈 때 조심해야 합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법, 겸손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높이며 하나님의 뜻을 받들어 순종하면서 모든 일을 행한 후에라도, “나는 무익한 종이라. 마땅히, 당연히 하여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 고백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눅17:10).                                    (박용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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