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고립의 시대, The Lonely Century>를 사는 법 (박용태목사)

본문

노리나 허츠(Noreena Hertz. 1967〜 )라는 영국의 경제학자가 있습니다. 이 분이 쓴 책이 우리말로 몇 권 번역되어 있는데, 현대사회의 문화적 흐름을 파악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주는 통찰력을 담고 있습니다. 작년에 우리 말로 번역된 『고립의 시대, The Lonely Century』(웅진지식하우스 출간)는 번역서 부제가 “초연결 세계에 격리된 우리들”이라고 되어 있지만, 본래 책에는 “A Call to Reconnect, 다시 연결된 삶으로의 초대”입니다.
이 책에서 노리나 허츠는 전통적으로 애정이나 친밀감을 상실한 상태를 외로움이라고 생각해왔지만, 우리 시대의 외로움은 단지 쓸쓸한 기분을 넘어서 세계화, 도시화로 인한 공동체적 생활기반 파괴, 대기업 및 거대 금융의 시장지배로 인한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이동성 증가, 비인격적인 업무환경 등으로 거의 구조화되었다고 분석합니다. 특히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가 사람의 내면에 있는 최악의 것을 부채질하면서 주변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빼앗아버린 채, 효과적이고 공감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능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현대 도시문화가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을 파괴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무한경쟁, 승자독식을 부추기는 신자유주의가 생각과 삶의 모든 영역을 지배하면서 배려보다 이기심, 공동선보다 자기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가운데, ‘죽음에 이르는 병- 외로움’이 현대사회의 특징이 되었다고 분석합니다. 파편화된 생활 속에서 공감능력을 상실하면 결과적으로 주변 사람들과 사회, 삶의 진보에 대한 소망을 잃어버린 채 상실감과 세상에 대한 분노에 사로잡혀 파괴적인 행동을 하게 되기 쉬운데, 실제로 오늘날 그런 사람들, 그런 사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이런 고립감, 외로움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노리나 허츠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가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어떻게 인간본성을 거스르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교회는 이처럼 외로움을 증폭시키는 현대 문화 속에서 세상을 이길 수 있는 능력을 공급하는 곳입니다. 교회는 끊어진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하나님을 아빠 아버지라 부르며 하나님의 임재를 누리는 은혜의 저장소입니다. 교회는 서로 남이었던 사람들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한 피 받아 한 몸 이룬 형제요 자매로 받는 곳입니다. 적대감을 뛰어 넘고 무관심을 죄로 여기면서 서로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고 헌신을 다짐하며 손을 내밀어 서로를 붙들어 주고 도와주는 곳입니다. 마음 상한 사람들이 위로를 받고, 고약한 심성을 가진 사람이라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에 찔림을 받을 수 있는 곳이 교회입니다. 요컨대 하나님과 사람을, 사람과 사람을, 내가 알고 있는 범위를 뛰어 넘어, 온 예루살렘과 유대, 사마리아, 땅 끝까지 내가 알지 못하던 사람들까지라도 품고 사랑하며 연결해 내는 능력을 배우는 곳이 교회입니다. 굳이 사람뿐 아니라, 깨어지고 분열된 세상에서 고통하며 신음하며 탄식하는 모든 피조물, 온 지구, 모든 생명, 눈에 보이지 않는 질서까지라도 회복하여 은혜 안에 평안을 누리는 세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요 교회의 능력입니다.
오직 오늘이라 일컫는 동안에 매일 피차 권면하여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의 유혹으로 완고하게 되지 않도록 하라(히3:13)
또 약속하신 이는 미쁘시니 우리가 믿는 도리의 소망을 움직이지 말며 굳게 잡고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며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과 같이 하지 말고 오직 권하여 그 날이 가까움을 볼수록 더욱 그리하자(히10:23-25)                      (박용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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