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대요리문답>을 읽어봅시다(박용태목사)

본문

우리가 믿는 신앙의 핵심적인 내용을 <교리, 敎理, doctrine>라고 합니다. 기독교 교리, 불교 교리 등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똑같이 성경을 읽고, 예수님을 구주로 믿는 기독교인들이라도 <교리>가 약간씩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장로교인과 감리교인과 침례교인들은 다 같은 기독교인이지만 신앙의 색깔이 조금씩 다릅니다. <교의, 敎義, dogma>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교의>는 장로교, 감리교 등 특정 교단이 기독교 교리를 토론과 논쟁을 통해 확정하고 받아들인 내용을 의미합니다. <교의>가 존재하는 이유는 같은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이라도, 살아가는 역사적 배경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누구든지 성경이 가르치는 그대로 믿고 살아간다고 말하지만, 실상 성경을 읽고 신앙 생활하는 시각이나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경험적인 한계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어릴 때부터 몸에 배인 전통과 습관, 문화적 배경 중에서 보다 익숙하고 친숙하게 느껴지는 어떤 것들이 우리 삶과 신앙을 독특하게 만들어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장유유서/長幼有序와 같은 유교적 배경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장로교회가 확장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 신앙과 우리 삶에 작용하는 그런 경험적 한계들 때문에 <교의>가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신앙은 통상 같은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를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을 통해 전달되는 것이기 때문에 <교의>, <교리>를 구분하지 않고 <기독교 교리>라고 부릅니다. <기독교 교리>는 절대적인 진리로 간주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배타적인 태도를 갖기보다는 다른 신앙 전통에 서 있는 사람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들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장로교회에 속한 사람들은, 특히 교회 안에서 직분을 받는 분들은 ‘웨스트민스터 신도게요(信徒揭要) 및 대/소요리문답은 신구약 성경이 교훈한 도리를 총괄한 것으로 알고 성실한 마음으로 믿고 따르기로 서약’하게 되어 있습니다. <요리문답, 要理問答, catechism>이란 우리가 믿는 신앙의 핵심을 가르치기 위해 기독교교리를 문답형식으로 만들어 둔 것입니다. 우리 믿음의 선조들은 신앙과 삶에서 ‘생각하는 법’이 중요하다고 여겼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질문과 대답을 통해 신앙을 가르치려 했고, 그 질문과 대답을 논리적인 순서로 배열해서 문답서를 만들었습니다. 107문항으로 되어 있는 어린이용을 ‘소요리문답’이라고 하고, 196문항으로 되어 있는 어른용을 ‘대요리문답’이라고 합니다.
지난 몇 달간 우리는 수요일 저녁마다 <대요리문답>을 읽으면서 공부해 왔습니다. 아마 처음 읽어보신 분들도 있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400년 전 종교개혁의 파도를 넘어 왔던 우리 선조들이 성경에 뿌리 내린 신앙을 고백하고, 또 하나님의 말씀에 매인 삶을 살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모릅니다. 우리가 믿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또 그것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지를 ‘대요리문답’ 안에 담아 두었습니다.
세상에서 보고 들어야 할 것이 많고, 특히 우리와 다른 색깔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로부터 보고 배워야 할 것이 없잖아 있겠으나, 우리가 이어받은 보배로운 전통과 가르침을 가볍게 여기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대요리문답>은 우리 신앙고백의 기초가 되는 성경과 삼위일체 하나님의 대속사역을 언약을 중심으로 충실하게 설명해 줍니다. 뿐만 아니라, 십계명을 중심으로 우리가 어떻게 경건하게 살아야 할 것인지, 성례와 기도를 통해 어떻게 은혜 안에 머물면서 하늘의 복을 누릴 수 있을지를 감동적으로 가르쳐 줍니다.
이번 기회에 ‘대요리문답’을 차근차근 읽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각 문답에 따라오는 각주 성경구절을 하나하나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대요리문답>이란 결국 성경의 가르침을 요점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성경 본문을 하나하나 확인해 보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대요리문답>을 통해 우리 믿는 바를 밝히 알게 되고, 무엇보다 하나님의 말씀이 어떻게 우리 영혼을 살게 하고, 거룩하고 경건한 삶으로 이끌어 가는 지를 경험하는 특별한 은혜를 누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박용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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