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오래고 깊은 기도가 필요합니다(박용태 목사)

본문

성경에 나타나는 거룩한 공동체의 옛 모습을 보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출애굽세대는 원망 불평으로 가득한 모습으로 광야를 통과했고, 덕분에 이년이면 충분했을 가나안으로 가는 여정이 방황하면서 40년이나 걸려야 했습니다. 40년 동안 연단을 받았지만 하나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사사시대에 하나님을 잊어버린 채,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바알과 아세라의 종노릇, 이방세력의 종노릇했던 일을 생각해 보세요. 실로 성막의 어지러움이나, 솔로몬 이후 나라가 분열된 이후 북이스라엘이 하나님을 떠나 무너졌는데, 그 모습을 뻔히 보고 알던 남유다마저 하나님을 배반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업신여기다 결국 성전이 무너지고, 뿔뿔이 흩어져 버린 것을 생각해 보세요. 택함 받은 공동체요, 세상에 구별됨으로 세상에 복이 되어야 할 거룩한 제사장으로 부르심 받았지만, 세상의 종노릇하다가 결국 세상과 함께 무너져 버리는 일이 얼마나 자주 일어났는지 모릅니다.
오늘날 교회 역시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교회가 너무 깊이 병들고 타락한 나머지, 온 세상이 교회를 조롱하고 모욕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유명한 드라마, 영화 등에 몰상식하고 부도덕하며 말이 통하지 않는 악역으로 기독교인을 등장시키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보는 기독교인의 이미지가 상당한 정도로 이렇게 고착되어져 버렸습니다. 실제로 언론이나 여러 가지 사건 속에 등장하는 기독교인의 모습이 몰상식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태극기부대나 그를 바탕으로 활동하는 전 모(某)씨는 한국교회가 만들어낸 괴물인데, 멀쩡해(?) 보이는 분들이 대놓고 그 분을 지지하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한국교회 지도자들 중에 역사적 상식이나 시민적 교양을 갖추지 못한 분들이 많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얼마 전 올해 교단 총회를 마친 후, 한국교회 6개 교단(합동/통합/고신/기장/기감/기성) 교세가 작년에 비하면 20만 명, 코로나 이전에 비하면 60만 명, 10년 전에 비하면 200만 명이 줄었다는 보고가 있었는데, 요즘 같은 상황이라면 충분히 이해가 될 만한 일입니다. 유명한 교회 지도자들의 처신이나 교회가 보여주는 모습들이 우리가 생각해도 창피할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세상의 유일한 소망이라는 것은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입니까? 교회가 너무 깊이 병들고 타락해서, 이런 교회가 어떻게 세상의 소망이 될 수 있겠는가 싶지만, 그럼에도 ‘다른 이로써는 구원을 받을 수 없나니 천하사람 중에 구원을 받을 만한 다른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일이 없다(행4:12)’고 하셨으니 예수님의 증인 노릇해야 할 교회의 사명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겠습니까? 간절한 기도 외에는 방법이 없겠습니다. 짧고 간단한 기도, 그저 자기 욕심과 필요를 채우기 위한 기도, 기도해 놓고도 자신이 어떤 기도를 했는지도 생각지 못하는 무책임한 기도 말고, 세상과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며, 하나님의 보좌 앞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는 간절한 기도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한 영혼 한 영혼 이름 불러가며 마치 이스라엘 열두지파의 이름을 새긴 보석을 어깨에 짊어지고 하나님 앞으로 나아갔던 제사장처럼 이 땅을 불쌍히 여겨 주시도록, 이 땅의 교회를 다시 살려 주시도록 온 몸과 마음 바쳐 기도하는 일꾼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교회에 실망하고 교회를 비난하며 교회를 떠나는 사람은 많으나, 교회를 짊어지고 하나님 앞에 몸부림치며 기도하는 사람 찾기 어려운 시대, 오래고 깊은 기도를 통해 교회 안에 은혜와 생명의 샘을 다시 파는 일꾼이 필요합니다.                                                              (박용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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