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은총의 증인, 이름 없는 여인들 (박용태목사)

본문

사무엘하를 묵상하다보면, 밧세바 사건을 계기로 다윗의 삶이 허물어져 내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밧세바와 더불어 지은 죄 때문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재앙을 당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토록 많은 환란 중에도 다윗의 삶이 그저 무너져 내리는 것만은 아닙니다. 온갖 고통과 재앙에 시달리는 중에도 하나님께서 다윗을 돌보시고, 다윗의 기도를 들으시며 다윗의 삶을 섭리하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윗은 자기 잘못 때문에 죄 값을 치르는 중인데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다윗을 버리지 않으시고 다윗을 보살펴 주셨던 것입니다.
‘은혜의 신비’에 속한 일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보통 우리는 무엇인가 좋은 일이 일어날 때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다윗의 삶에 비추어본다면, 인생이 고통 중에 무너져 내리는 중에도, 하나님의 자녀들의 삶에는 하나님의 은혜가 깊숙하게 배어 나온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다윗의 삶이 무너져 내리는 중에 나타난 은총의 손길 중에 하나는 다윗을 돕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윗 주변에 다윗의 생명을 자기 생명보다 더 아끼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우리 주변에 우리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릅니다. 그저 우리 눈치나 보고 비위를 맞춰주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를 정말 소중하게 여겨서 우리 연약함이 드러난 순간에 조차, 우리 편에 서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윗의 삶이 무너져 내리는 중에 나타난 은총의 손길 중에 또 한 가지 독특한 것은 평범한, 이름 없는 여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다윗이 압살롬의 반란을 피해 도망가는 중에, 또 비그리의 아들 세바의 반란 와중에, 결정적으로 다윗에게 도움이 된 사람들은 성경에 이름이 기록되어 있지 않는 여인들입니다. 아마 고대사회의 일반적인 관행처럼 여인들의 이름에 비중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름 없는 그 여인들이 다윗의 도피과정, 또 다윗의 최후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반란은 필연적으로 군대의 충돌을 불러오고, 전쟁은 으레 남자들 간의 싸움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름 없는 여인들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것입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다윗 일행이 빨리 도망칠 수 있도록 소식을 전달해 준 것은 이름 없는 여종입니다(삼하17:17). 다윗에게로 달려가는 전령을 우물에 숨겨 주면서, 전령을 추격하는 압살롬의 군대를 속이면서까지 따돌려 준 것은 바후림에 살고 있던 어떤 이름 없는 여인이었습니다(삼하17:18-19). 비그리의 아들 세바가 일으킨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벧마아가 아벨을 에워싼 채, 성을 무너뜨리려고 하던 요압을 가로막고, 더 큰 재앙을 막아선 사람은 아벨에 살고 있던 이름 없는 여인이었습니다(삼하20:16, 22). 성경은 그 여인이 지혜 있는 여인이었다고 말합니다.
치열한 싸움에 벌어지는 와중에 이름 없는 여인들이 전쟁의 향방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하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입니까? 과연 하나님은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시는 분입니다. 이름 없는 여인들은 그런 하나님께 기꺼이 쓰임 받은 일꾼들이었습니다.
벧마아가 아벨의 지혜 있는 여인은 특별한 방식으로 움직인 것이지만, 주인이 전해 주는 소식을 중간에서 전달해 준 여종이나, 우물 아귀를 덮고 찧은 곡식을 그 위에 널었던 여인은 그야말로 평소 하던 일상적인 활동을 통해 엄청난 역할을 한 셈이라고 하겠습니다. 우리 일상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거룩한 승리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모든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와 은총을 깊이 경험하는 복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박용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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