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한해를 계획하려면

본문

또 한 해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은혜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인생이 목적지 없는 달리기, 허공을 치는 것 같은 허탈함으로(고전 9:26) 끝나지 않도록, 달려갈 길과 푯대를(빌3:12-14) 주목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새로운 삶을 준비할 때 인생이 우리에게 맡겨진 선물이요 사명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거저 주어졌다는 점에서 선물이요, 우리 인생을 통해 이루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뜻이 있다는 점에서 사명입니다. 선물로서의 인생은 감사함으로 받아 누릴 것이요(전3:13), 사명으로서 인생은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함으로 세워져 가는 것입니다(엡2:10). 이 둘 사이에 적절한 균형이 이루어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나치게 치밀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하나님이 베풀어 주신 은혜와 복을 어떻게 누릴 것이며, 누구와 함께 누릴 것인지, 그 은혜와 복을 어디로, 어떤 방식으로 흘려보내는 것이 좋을지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향유하고 베풀며 나누는 것이 삶의 즐거움을 증폭시키는 길입니다. 하나님이 더 큰 성공 또는 더 큰 목표 달성을 위해 우리를 다그치는 분이 아니라, 우리를 더 풍성한 기쁨과 평안, 안식으로 이끄시는 분인 줄 알아야 합니다.
교회나 직장 등 여러 영역에서 맡겨진 역할에 따라, 누구에게 조력자가 될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 위로자가 되어 줄 것인 지를 생각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치열하게 경쟁하는 세상에서 똑같이 아귀다툼하며 살 것이 아니라, 연약한 영혼을 품고 싸맬 수 있는 준비를 갖춘다면 우리 때문에 세상이 더 아름답게 변하지 않겠습니까?
하고 싶은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으니, 중요한 일과 시급한 일을 기준으로, ①시급하며 중요한 일, ②시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 ③시급한데 중요하지 않은 일, ④시급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은 일을 잘 구분하고, 시간을 적절하게 배분해서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예배와 말씀 묵상, 기도생활이나 믿음의 동역자들과 교제할 수 있는 기회를 우선순위에 두어야 합니다. 일상의 거룩함이 아니라, 일상의 분주함에 사로잡혀 영적인 감각을 잃어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시대, 경건한 삶의 뿌리가 메마르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합니다.
돈을 더 많이 벌려고 고민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자기 수입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길일지 고민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더 많은 재물이 없어서 가난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있는 재물을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르기 때문에 초라해 지는 법입니다. 기본적인 생활뿐만 아니라, 헌금과 나눔, 자기 개발과 여가 생활, 미래를 대비한 보험이나 저축이 필요합니다. 친구들,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시간과 재정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혼자 일하고 혼자 생활하며 혼자 보고 즐길 수 있는 것이 널려 있는 세상을 살고 있지만 ‘우정’이 사라진 고립상태는 우리 자신과 세상을 병들게 하고 무너뜨리는 줄 알아야 합니다. 성경이 가르치는 ‘사랑’이 예수 안에 형제자매를 넘어서 온 세상 모든 열방에까지 확장되어 가는 것인 줄 알고, 더 많은 사람들과 더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삶의 여유가 필요하겠습니다.
지나치게 치밀한 계획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치밀한 계획보다는 삶의 뚜렷한 원칙,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명백한 이해가 더 중요합니다. 하나님이 언제 어떤 부르심으로 우리를 이끄실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다만 진리를 거슬러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오직 진리를 위할 뿐이요(고후 13:8),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고전 10:31) 하려는 준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 계획, 우리 삶의 목표보다, 우리를 이끄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주목하며 그 분의 인도하심에 응답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더 흥미진진할 것입니다. 2023년 새해, 주님과 더불어 흥미진진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박용태목사)
0
로그인 후 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