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영혼의 안전을 지켜 주는 사람

본문

민수기에서 하나님은 출애굽한 언약의 백성들은 하나님의 군대로 조직하십니다. 싸움에 나갈만한 이십세 이상 남자를 모두 계수하시면서, 성막을 중심으로 네 방향으로 진 치게 하시고, 광야를 행진할 때도 마치 군대가 진군하듯이 순서를 정해서 행진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을 군대로 조직하신 이유는 하나님을 대항하는 이방세력에 맞서 거룩한 공동체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지파에서 싸움에 나갈만한 남자들을 계수할 때 레위지파는 열외가 되었습니다. 레위지파에게는 싸움에 나가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증거의 성막에 대한 책임’이 맡겨져 있었습니다(민1:53). 단순히 성막을 설치, 유지, 수송하는 일 뿐만 아니라, 증거의 장막 사방에 진을 치고, 외인이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보살피면서, 회중에게 진노가 임하지 않게 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레위인은 하나님의 위엄을 지키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레위인의 역할은 사실상 성막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성막 주변에 머물러 있는 하나님의 군대가 위험에 처하지 않고 안전하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레위인들처럼 거룩한 공동체를 보호하면서 안전하도록 지켜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요즘으로 치면 교회의 직분자들입니다. 특히 장로, 구역장, 교사 등 교회 안에서 사람을 돌보는 분들이 영혼의 안전을 지키는 사람들입니다. 에베소교회의 장로들을 향해 바울이 당부한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자기를 위하여 또는 온 양 떼를 위하여 삼가라 성령이 그들 가운데 여러분을 감독자로 삼고 하나님이 자기 피로 사신 교회를 보살피게 하셨느니라(행20:28)
사도행전의 맥락에서 등장하는 장로와 오늘날 교회 안에 세워져 있는 장로가 동일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장로’라는 직분이 ‘사람을 돌보는 사역’이라는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본래 개혁주의전통을 따르는 장로교회에는 강도장로와 치리장로가 있습니다. 강도장로는 설교하는 목사를 가리키고, 치리장로는 설교를 듣는 성도들이 말씀을 듣고 배운 대로 살고 있는지 성도들을 심방하며 돌보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영혼을 보호하는 사역입니다.
요즘 교회 안에서는 그 사역을 구역장이나 주일학교 교사들이 일부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 영혼 한 영혼 말씀으로 양육하면서 위로하고 권면하거나, 때에 따라 책망하며 일깨우는 역할까지 그 분들이 맡아서 하는 것입니다.
어떻든 교회 안에서 누군가는 하나님의 위엄을 주목하면서, 사람이 무너지지 않도록 돌보고 지켜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교회의 직분자들은 자신들에게 맡겨진 가장 중요한 사명이 하나님의 백성들이 위험에 빠지지 않고 안전하게 은혜 안에 머물러 있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인 줄 알아야 합니다. 맡겨진 영혼을 짊어지고 기도하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자신이 돌보는 사람을 예배와 말씀의 자리로 이끌어 내어야 합니다. 유혹과 시험에 빠지지 않도록 권면해야 합니다. 은혜 안에 성장할 수 있도록 길러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교회 안에서 성도들은 누군가 자신의 영혼을 돌보고 지켜 주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원칙적으로 누군가를 돌보는 일은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를테면 하나님의 백성들은 제사장이나 레위인들의 보살핌을 받았지만, 레위인들이나 제사장들은 백성들의 돌봄과 섬김이 없으면 생활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영적인 섬김과 육적인 돌봄이 균형을 이루었던 것입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입니다(롬 15:27, 엡 4:16). 다만 영혼을 돌보는 이들에게 부여된 영적 권위를 인정하고 그들을 어느 정도 의지할 줄 알아야 합니다(히13:7). 사람을 돌보고, 영혼의 안전을 지켜 주는 일, 중요하고 아름다운 직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박용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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