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영적 감각을 깨웁시다.

본문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일러 오감(五感)이라고 합니다. 일상생활에 오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감 중 하나라도 기능하지 않으면 심각한 장애가 됩니다. 예수 믿는 사람에게는 오감만큼, 어쩌면 오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데, 바로 영적인 감각입니다. 영적인 감각이라는 것은 살아계신 하나님이 우리 중에 어떻게 일하고 계시는지를 깨달아 알 수 있는 분별력이요, 살아계신 하나님이 들려주시는 말씀을 듣고 그 말씀에 반응하며 응답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이런 영적인 감각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이 굳어져 있는 사람들은 하나님이 일하시지만 알지 못하고, 하나님이 명백하게 말씀하셔도 응답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영적 무감각은 정말 탄식하지 않을 수 없는 죄악입니다.
소는 그 임자를 알고 나귀는 그 주인의 구유를 알건마는 이스라엘은 알지 못하고 나의 백성은 깨닫지 못하는도다 하셨도다(사 1:3)
종교적인 일을 한다고 하지만, 영적인 감각이 없어서 도리어 하나님을 대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구약 성경에 나오는 거짓선지자들이나, 예수님을 대항했던 바리새인, 사두개인 등을 생각해 보세요. 오늘날 교회 안에서도 노골적으로 불의를 편들면서 고약한 짓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가장 영적인 삶을 산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진리를 대적하거나, 세상을 더 좋아하고 따라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너무 혼란스러운 현실이라, 분별력을 가지고 대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살아계셔서 자기 백성을 은혜와 진리로 이끌어 가신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비록 혼란한 세상이지만, 혼란하기 때문에 영적인 감각을 깨우는 일이 더더욱 중요합니다.
영적인 감각을 깨우려면, 성경을 차근차근 읽어야 합니다. 무조건 많이 읽는 것보다,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읽어야 합니다. 성경을 읽으면서도 의외로 독선적인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습니다. 성경을 읽을 때, 하나님의 말씀 앞에 스스로를 비추어보고, 자기 생각과 삶의 지평을 확장해 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자신이 성경을 읽으면서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는지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자기 해석이 전부가 아닌 줄 알아야 합니다. 교회의 역사적 전통 안에서 성경을 어떻게 해석해 왔는지를 잘 살피면서, 과거와 현실, 그리고 교회 공동체 안에서의 사귐을 통해 생각과 삶을 정돈해 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영적인 감각을 남들이 모르는 신비한 영역에 속한 것으로 오해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남들이 모르는 영적인 비밀을 깨달았다는 식으로 자랑하는 것은 영적 감각이 아닙니다. 복음의 비밀, 은혜의 신비에 속한 진리의 지식은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도록 드러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성경을 읽거나, 설교를 듣다가, 혹은 개인적인 묵상과 기도 가운데 어떤 감동을 받을 수 있습니다만, 그 감동이 참된 것인지, 그것이 정말 공동체와 자신에게 유익한 것인지를 점검과 확인이 필요합니다. 점검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내의 다른 지체들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사도바울이 ‘마게도냐로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는 환상을 보았을 때, 그것이 정말 마게도냐로 오라는 부르심인지를 다른 동역자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함께 움직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행16:9-10).
영적인 감각은 개인이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 하나님의 부르심, 하나님이 주시는 감동이라면 다른 동역자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우리 같은 장로교회 전통에서는 함께 의논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무엇이 하나님의 뜻이며, 어떻게 하는 것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있는 길인지를 같이 의논하며 찾아가는 것입니다. 독선적인 생각이나 외골수 같은 태도는 성숙한 태도가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 신앙고백에도 어울리지 않습니다. 요컨대 영적인 감각을 깨우려면 공동체 안에서의 협력과 지지가 중요합니다. 어쩌면 함께 더불어 하나님을 경외하며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려고 애쓰는 공동체 안에서 영적인 감각이 더 민감하게 깨어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쪼록 우리 교회가 영적인 감각이 활발하게 깨어나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공동체로 자라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박용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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