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칼럼

민족화해는 시대적 사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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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을 증거 하는 일이나,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 교회를 세우며,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일 등은 예수님 다시 오실 때까지 감당해야 할 그리스도인들의 사명입니다. 그 뿐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를 심어 두신 삶의 터전에서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서 펼쳐지는 사건들도 마땅히 짊어져야 할 사명입니다.
이방세력과 맞서 싸웠던 사사들의 이야기나, 골리앗과 싸웠던 다윗, 타락하고 부패한 왕들에 맞서서 하나님의 심판을 경고했던 위대한 선지자들을 생각해 보세요. 모두 그 시대적 상황에서 사명을 감당했던 일꾼들입니다. 하나님의 사람들은 세상의 불의에 대항하는 하나님의 군대로서 시대적 사명에 응답할 책임이 있습니다.
앗수르나 바벨론, 페르시아 같은 대제국이 세상을 지배할 때, 에스겔, 다니엘, 에스라, 느헤미야 같은 하나님의 사람들은 그처럼 거대한 권력을 마치 짐승인 것처럼 여기면서, 하나님의 승리에 대한 소망을 가지고 믿음의 정절을 지켰습니다. 치열한 정복전쟁을 거듭하면서 승자독식의 권리, 정복자, 강한 자의 권리를 당연하게 여겼던 로마제국 안에서 가회적 소수로 살았던 기독교인들은 십자가에 죽임당한 예수님을 구주라 고백하면서 연약한 자를 보살펴주었습니다. 철저한 노예노동에 기초한 경제 시스템과 억압과 착취를 당연하게 여겼던 문화 속에서 예수 믿는 사람들은 노예를 형제라 부르며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갈3:28)라고 주장했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것을 당연한 사명으로 받은 것입니다.
예수 믿는 신앙고백이 시대적 상황 속에서 시대적 사명으로 드러납니다. 잔혹한 노예제도가 시행될 때 노예해방운동이 시대적 사명이었습니다. 빈부격차, 인종 차별, 부동산투기 등이 당연하게 여겨진다면 그에 대항하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 될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타락한 세상의 죄악을 대항하며 하나님의 뜻을 펼쳐내려 하는 모든 사역이 거룩한 사명입니다.
물론 시대적 사명을 도외시한 채 자기 욕망을 만족시키는 삶을 살면서, 그저 ‘선지자들의 무덤을 만들고 의인들의 비석을 꾸미기’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마 23:29-30). 자신들도 과거 그 시대에 살았더라면 당연히 선한 사명을 감당했을 것이라 큰소리치는 것입니다. 말로만 시대적 사명을 떠드는 사람들은 정말 시대적 사명을 감당했던 분들이 엄청난 희생을 치렀다는 사실을 망각합니다. 노예해방, 인종차별반대 등의 기치를 들었던 분들이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고 얼마나 많은 박해를 받았습니까?
오늘날 시대적 사명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이 시대적 사명이었을 것입니다. 한 때 독재에 대항하는 민주화운동이 시대적 사명이었다면, 지금은 민족화해운동, 통일운동이 시대적 사명입니다. 민족이 분단된 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난 나머지 분단 상황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분단상황을 자신의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세력들이 있습니다. 지금 정부는 분단 상황에서 민족화해를 추구하기는커녕 지난 30여 년간 계속해 왔던, 부활절, 광복절 남/북교회의 공동기도문 작성 과정조차 문제 삼고 있습니다. 민족의 아픔이나 역사적 사명에 대한 감각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민족화해를 위한 기도, 통일을 향한 몸부림이 더욱 필요한 시대입니다.                              박용태 목사(전주제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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