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하고 있나요? 신뢰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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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를 먹으면 철이 들고 걱정도 좀 투둑투둑 떨어져 나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참 미련하게도, 살아갈수록 걱정 보따리는 늙은 호박처럼 점점 더 무거워만 집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오늘도 어떻게 사나" 걱정으로 하루를 열고, 밤이 되면 방구석에 누워 채 지우지 못한 불안을 이불처럼 덮고 잠이 듭니다.
 어느 서양 학자가 쓴 글을 보니, 사람이 하는 걱정의 백에 아흔여섯은 일어나지도 않을 일이고 부질없는 짓이랍니다. 다 부질없는 짓인 줄 알면서도, 우리는 그 미련한 끈을 놓지 못해 쩔쩔맵니다. 그런데 주변을 조금만 돌아보면 참 신기하지요. 똑같은 하루인데 어떤 사람은 두려움의 감옥에 갇혀 있고, 어떤 사람은 감사하며 삽니다. 화가 피터 브뢰헬이 그린 <농민의 무도회> 속 농부들처럼 말입니다. 현실은 팍팍해도 오늘 허락된 잔치 마당에서 신나게 춤을 춥니다. 내일 일은 몰라도 세상을 쥐고 계신 하나님을 신뢰하기에 저리 환하게 웃는 것일까요? 인간이 내일을 몰라 두려워하는 건 당연한 한계입니다. 그래서 가도 가도 끝이 없으신 창조주 앞에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고 겸손히 엎드리는 것, 거기서 진짜 신뢰가 시작됩니다.
 이번 한 주간 고린도전서를 읽다가 가슴이 콕콕 찔렸습니다. 부활을 믿는다면서도 미래를 무서워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라는 바울 선생의 호통 때문이었습니다. 미래의 가장 큰 두려움인 죽음을 깨뜨리고 부활하신 주님을 입으로만 고백했지, 작은 걱정 하나 내려놓지 못하는 제 꼴이 참 눈물겹도록 부끄러웠습니다. 비록 오늘 또 흔들리는 발걸음이지만, 내일을 책임져주실 좋으신 하나님을 신뢰하고 이제 무거운 보따리는 슬며시 내려놓은 채, 오늘 하루를 고맙게 살아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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